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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당했다” 인천점 건물 롯데가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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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당했다” 인천점 건물 롯데가 인수

인천시 재정난 타개로 매각

영업 계속여부 불투명

[글로벌이코노믹= 윤경숙기자] 롯데가 신세계의 매출 3위 백화점 점포를 우회로 인수하는 유통업계 초유의 일이 발행했다.

인천시는 27일 재정난 타개를 빌미로 ㈜롯데쇼핑과 남구종합터미널 일대 부지와 신세계인천점이 임대해 있는 건물 매각·개발을 위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터미널 매매가격은 8천751억원으로, 롯데쇼핑은 이 가운데 이행보증금 10%를 은행영업일 10일 이내 시에 납부해야 한다.


오는 12월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31일까지 매매대금을 완납하기로 했다.

시와 롯데쇼핑은 터미널 기능을 유지하고 디지털파크, 마트 등을 조성해 원도심인 매각 부지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개발 원칙에 합의했다.
안상수 전 시장 시절 무리하게 추진한 송도 국제도시, 영종지구 개발 등 사업과 각종 국제행사 유치로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산 매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 인천점은 인천시와 2017년 11월까지 20년 남구종합터미널 장기 임대 계약을 맺고 15년간 운영 중이다.



신세계 인천점은 자체 강남과 센텀시티점에 이어 3위매출 매장이며 전국 백화점 개별 점포 중에서 매출 순위도 7위로 비중이 높은 곳이다.



인천점 중 기존 점포는 2017년까지 계약을 체결했지만, 새로 증축한 매장 5천평은 2031년 3월까지 임대 시점이 20년 가까이 남아있다.



만약 롯데가 예정대로 터미널을 인수할 경우 신세계는 남은 기간 롯데에 임대료를 지불하고 영업을 계속하는 웃지못 할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이번 롯데의 인천터미널 인수를 놓고 '먹고 먹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유통업계 안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란 평가가 많다.



기존에도 백화점들이 점포 확장 경쟁을 벌이며 지점을 철수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상대측 핵심 점포를 통째 집어삼킨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일단 인천시가 재정난 해결을 위해 공격적으로 여러 곳과 접촉을 해 왔고, 그 가운데 가장 조건이 맞았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공식 매매금액이 8천751억원이지만 롯데가 나머지로 어떤 조건을 내걸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인천시 입장에선 재정난 타개를 위해 얼마라도 더 받으려고 애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측은 일단 해당 부지를 버스터미널과 백화점, 마트, 디지털파크, 영화관 등이 결합된 '앵커테인먼트' 단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 조건이 맞아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인천시에서 신세계와도 협상을 진행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임대계약 종료일까지 당사의 영업권이 유효하기 때문에 롯데가 인천터미널을 인수하더라도 백화점 영업은 불가능하다"며 "현재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고 주장했다.



양측은 사업 확장 과정에서 오래전부터 해묵은 '구원'을 쌓아왔다.



지난해 대한통운 매각 과정에서 롯데가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도 신세계 광주점이 역시 장기 임대 형태로 영업 중인 광주터미널을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놓고 실랑이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터미널이 대상에서 빠진 것이 롯데가 매각에서 빠진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지난 2009년에는 롯데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파주 아울렛 부지를 신세계가 사들이며 양측간 '땅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