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상의 한반도 삼한시대를 가다(211)]

대곡리 암각화의 고래 형상은 주 암면의 왼쪽 부분에 집중 배치돼 있다. 전체 고래 형상 중 3분의 1이 왼쪽 암면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 3분의 1은 오른쪽 암면에 배치돼 있으며 나머지는 분산 배치돼 있다. 주 암면 왼쪽에 배치된 고래 형상들은 대부분 머리를 위로 해 수직으로 구성돼 있는 반면 오른쪽 고래들은 수평 또는 수직 등 통일감이 없이 그려져 있다.
입이 뾰족하거나 기생물고기가 그려진 것, 수증기를 뿜고 있거나 꼬리가 비대칭인 등 다양한 고래가 그려져 있는데 이들 고래는 배, 그물, 작살, 작살잡이 등과 결부돼 표현돼 있다. 이 형상들은 고래를 잡으며 살아가는 선사시대 울산만 사람들의 삶을 조형언어로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된다.
그려진 고래는 주둥이가 튀어나오거나 지느러미, 주름, 줄무늬 등의 형태를 통해 크게 수염고래류와 이빨고래류로 분류했다.
이처럼 다양한 종의 고래 형상이 확인된다는 것은 암각화 제작집단이 이들 고래와 그 종의 특징, 그리고 종간의 차이 등을 분명하게 파악해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대곡리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고래 도감인 셈이다.
김경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