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주가가 17일(현지시각)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기다리며 투자자들이 몸을 사린 데다 중국 당국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대중 수출용 인공지능(AI) 반도체인 RTX6000D 주문을 취소하라고 알리바바 등 토종 빅테크들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주가 급락을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 길에 동행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실망감을 나타낸 가운데 엔비디아 주가는 중국 악재에 발목이 잡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엔비디아는 4.59달러(2.62%) 하락한 170.29달러로 떨어졌다.
중국 시장 차단
외신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빅테크 업체들에 엔비디아의 RXT6000D 반도체를 사용해서는 안된 다고 지시했다. RTX6000D는 지난 7월 수출이 다시 허가된 H20 반도체를 이어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만든 블랙웰 반도체다.
중국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하면서 엔비디아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대중 수출용 AI 반도체를 이번에는 중국이 막고 나선 셈이다.
중국은 앞서 15일에는 지난 2020년 엔비디아가 이스라엘 스타트업 멜라녹스를 인수한 것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예비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 악재 간과해선 안 돼
DA 데이비슨의 기술주 리서치 책임자 길 루리아는 마켓워치에 RTX 시리즈 금지가 엔비디아 매출 자체에 큰 충격은 아니지만 중국 시장 접근 자체가 차단된다면 이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웰 AI 플랫폼 전체의 중국 수출 길이 막히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루리아는 만약 이런 규제들이 지속되면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는 지나치게 높았던 것이라는 점이 입증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상 레버리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한 와중에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이런 조처가 미 행정부를 겨냥한 일종의 시위라고 보고 있다.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엔비디아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미즈호 애널리스트 조던 클라인은 17일 분석노트에서 중국이 RTX6000D 반도체 주문을 취소하라고 토종 빅테크들에 지시했다는 보도는 “중국의 행태가 순전히 허세이자 노이즈”라는 자신의 이전 관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클라인은 중국의 이런 조처에 투자자들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면서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발 소식을 미세 조정해서 들어야 한다면서 엔비디아가 중국 이외 지역에서는 여전히 탄탄한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치적 쇼”
더 퓨처럼(Futurum) 그룹 CEO 대니얼 뉴먼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엔비디아의 중국 사업을 둘러싼 뉴스들은 점점 더 “정치적 쇼(political theater)”처럼 보이고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 사용 제한 같은 중국의 조처나 미국의 정책들 모두 양국의 정치적 긴장, 명분 싸움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뉴먼은 중국이 대중을 향해 국수주의자처럼 보여야만 하고, 자체 AI 반도체와 인프라 개발에 집중하는 것처럼 해야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엔비디아 RTX6000D 반도체 주문을 취소하도록 했다는 것이 거의 허풍이라는 근거로 중국 토종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자신이 보기에 엔비디아 근처에도 못 간다는 점을 들었다. 뉴먼은 중국이 토종 업체들에 의지했다가는 심각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뉴먼은 엔비디아가 중국의 AI 야망을 실현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목표주가 상향
다이와는 엔비디아가 이제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다이와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시대를 여는 막중한 임무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가고 있고, 젠슨 황 CEO는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이와는 실적상회(매수) 추천을 재확인하는 한편 목표주가는 165달러에서 20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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