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라면 수출액은 지난 16일 기준 6억57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3.5% 증가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다시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올해 라면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라면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데에는 한류 콘텐츠 열풍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 한국 드라마가 OTT를 통해 해외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문화와 음식에 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해 화제가 됐던 것처럼, 드라마·예능프로그램 등 한류 콘텐츠 전반에 걸쳐 한국 음식의 노출이 증가하면서 관련 제품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한류 콘텐츠에 등장하는 음식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서 실제 한국인이 소비하는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한국에서 즐겨 먹는 매운 라면에 도전하는 것으로 시작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는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놀이 문화로 정착하면서 ‘불닭’ 제품 판매에 일조했다.
이같은 해외시장 성장에 힘입어 라면 업체들은 국내 가격 인하 여파에도 하반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은 지난 7월 국내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 요청으로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했었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과 새우깡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으며,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등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내렸다.
앞서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 인하로 인해 연간 약 2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자체분석했었다. 7월부터 농심이 공급받는 소맥분 가격도 약 5% 인하되면서 연간 약 80억원 수준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지만, 이를 제외해도 약 120억원의 부담을 회사가 지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해외 매출 성장세가 꾸준한 데다 최근 국내에서 ‘먹태깡’과 ‘신라면 레드’ 등 제품 판매도 호조세를 보이며 가격 인하 여파를 상쇄할 전망이다.
매출 확대에 따른 고정비 감소 효과와 미국 공장 본격 가동으로 인한 운송비 감소 효과 등도 영업이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농심의 운송보관료는 723억원으로, 매출이 13.8% 증가하는 와중에도 지난해(770억원)보다 6.1% 감소했다. 판매관리비는 지난해 상반기 379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4147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4%에서 24.4%로 감소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 매출보다 큰 삼양식품도 해외 매출 확대에 더해 상대적으로 국내 가격 인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양식품의 중국 내 사업 조정이 마무리되고, 미국 메인 스트림 입점 및 SKU 확대로 인해 3분기 중국과 미국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60%, 13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기존 추정치인 305억원을 상회하는 37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상반기에도 해외 매출 성장에 힘입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국내시장에서도 ‘먹태깡’과 ‘신라면 더 레드’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신제품 출시 및 프로모션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