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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된 '슈링크플레이션'…교묘한 꼼수인상에 소비자단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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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된 '슈링크플레이션'…교묘한 꼼수인상에 소비자단체 '비판'

물가잡기 총력전 펼치는 정부도 압박…식품업계 "정부 가이드라인 나오면 따를 것"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고추장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고추장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식품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라는 말이 화제로 떠올랐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이는 것을 말하는데,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스킴플레이션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로 기업 등이 재료나 서비스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모두 이른바 식품업계의 꼼수 인상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말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소비자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20일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는 성명서를 통해 “먹거리 가격을 인상했던 식품업체들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냈다”며 “식품업체들의 큰폭 이익은 제품가격 인상 후 국제 상품시장에서 식품 원료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용량을 줄이는 가격 꼼수인상까지 시도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꼬집었다.

이 단체는 이러한 이유로 꼼수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원자재가격 하락에 맞춰 제품 가격을 인하할 것을 촉구했다. ‘소비자와함께’는 “과거 2010년에도 원재료값 하락에 따라 라면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5% 안팎 내린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단체는 이러한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러 소비자단체와 연대한 불매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식품업계는 꼼수 인상 사례가 속속 드러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췄고, BBQ는 100% 올리브오일을 사용해 치킨을 조리해왔는데, 최근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유를 섞은 블렌딩 오일로 비용을 낮췄다. 뿐만 아니라 핫도그, 김 등 일부 가공식품의 갑자기 줄면서 사실상 가격이 인상됐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일부 식당도 반찬 가짓수를 줄이거나 비싼 식재료는 값싼 재료로 대체하는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꼼수인상은 해외에서도 논란이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퀘이커는 그라놀라 초바의 코코아버터 코팅을 값싼 팜유로 대체했다.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선다. 우선,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이달 말까지 주요 생필품 가격을 조사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해 사례 제보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식품업계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슈링크플레이션에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제품 내용물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가 알 수 있게 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가 식품업계의 이같은 꼼수에 압박을 높이는 까닭은 잡히는 듯한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 IMF도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