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지속가능한 발전 서밋(Sustainable Development Impact Summit, WEF, 2019)은 기존 농업 시스템이 지속된다면 과도한 비료, 낭비, 대기오염이 발생해 지구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 이상이 되어 자연자본(natural capital)의 붕괴를 우려했다. 예컨대 전 세계 총매출의 절반 이상(GDP기준 44조 달러)이 자연자본에 의존하고 있는데 250여 종의 잡초 종(種)은 제초제 화학물질에 강한 저항성이 있어 연간 430억 달러 상당의 작물 손실을 발생시킨다. 이는 당연히 농업 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투자회사 블랙록은 세계가 생물다양성 붕괴를 초래하는 자연자본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할 경우 규제·평판·운영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첫째, 미국의 루트 AI(Root AI)가 개발한 컴퓨터 비전과 첨단 로봇을 결합한 농작물 집게(gripper)의 개발로 과일 숙성 정도를 탐지, 최전성기의 수확은 물론 새로운 작물 수확에도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자율 로봇이 작물 수확과 포장에서도 빠르고 정밀한 일 처리를 돕는다.
셋째, 텔아비브 기반의 프로스페라(Prospera)는 4700개 영농지에 걸쳐 매일 5000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수집한다. AI를 통해 해충과 질병 발생을 파악, 수확량 제어와 증대의 조절이 가능하며 동시에 오염과 폐기물을 제거해 고품질 작물을 생산한다. 먹거리 측면에서는 칠레의 낫코(NotCo)와 브라질의 파젠다 푸투로(FAZENDA FUTURO)가 방대한 양의 식물 데이터를 분석해 식물성 대체 육류를 공급하고 고기의 맛과 식감을 복제하는 최고의 AI 도구를 사용한다.
넷째, 전통적인 트랙터 판매로 출발한 존디어 기업은 “하드웨어의 미래는 소프트웨어이다”란 브랜드 기치하에 농업을 ‘서비스 경영’으로 환골탈태시키는 대표적 기업이다. 존디어는 총합적 ‘AI 트랜스포메이션’ 사례로 농업을 위한 제반 환경 관찰을 위해 우주까지 연계, 생태계를 구축한 집약체로서 ‘첨단 AI 플랫폼’ 사업 형태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의 효율 극대화 수준을 넘어 내년 농사의 방향까지 예측해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하는 혁신적 서비스 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존디어가 제시한 ‘자율 트랙터’는 AI 프로세서와 머신러닝, GPU, GPS를 모두 농업에 적용한 기술로서 800만 개 이미지를 학습시켰으며, 사용자가 활용하면서 얻는 데이터 또한 계속 학습시켜 진화하는 모델이다. 농민들은 AI 기술이 작동하는 트랙터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존디어는 농장에서 인공위성과 연결된 AI가 실시간 취득한 날씨 조건, 토양의 비옥도 측정, 온도, 물 사용량 등을 분석·평가해 컨설팅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적 ‘구독 경제’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농사짓는 직장인도 첨단 IT 시설로 디자인된 사무실, 혹은 언제 어디서나 연결돼 자유롭게 일하는 시대이다. 인류 역사상 흙을 묻히지 않는 농부를 상상해본 적 있었을까. 자연환경에서 텐트 생활을 즐기는 청년들에게 오늘의 농업은 AI가 작동하는 자연환경에서 첨단의 삶을 누리며 컨설팅하는 세련된 직업이 아닐까. 국가 ESG 전략은 새롭고 혁신적인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에 접근해야 할 것이며,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향후 농업 분야의 고도화를 기대해 본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