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MW 역시 ‘Re:Think, Re:Use, Re:Duce, Re:Cycle’을 강조했고, 폴크스바겐은 친환경적 ‘Join our way to zero’로 어필했다. 현대모비스에서는 완전 자율주행 공유 차량 호출 서비스로 설계, ‘모빌리티 엠비전X’를 공개했는데 첨단기술이 총집합된 파티장 같은 프라이빗 내부 공간에 미래형 운전석을 이미지화했다. 한편, 핸들을 잡으면 심장 박동수를 체크,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로즈마리 아로마를 풍기거나 동승자는 헤드레스트 스피커를 쓰고 미러링을 통해 스크린의 영화·드라마를 즐기는 일련의 ‘인포테인먼트’ 개념을 선보였다. 지난번 큰 성공을 토대로 올해 뮌헨 컨벤션의 기대감이 유난히 컸다.
둘째, 이번 IAA는 배터리 기술 분야를 선도하는 중국 업체의 디지털 기술 혁신 속도가 판도를 뒤엎었다는 점에서 ‘중국 잔치’라고 요약될 수 있다. 부스 개수는 물론 노른자 부스 위치도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등 유럽의 전기차 시장을 지배할 위기감이 현실화돼 유럽 전기차 업계가 패닉에 빠진 반응이다. EU 외교가에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망하게 둘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 자동차협회 회장은 “우리 독일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면서 이번 모터쇼는 국제 경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이 전기차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슈 비야디(BYD) 유럽 대표는 “독일의 자동차 역사는 137년이나 되었지만, 차를 만든 지 20년밖에 안 된 비야디가 지난해 신에너지 차량 판매에서 세계 1위가 됐다”고 긴장했다. 중국 국유 상하이자동차(SAIC) 또한 2005년에 인수한 영국계 ‘엠지(MG) 로버’ 브랜드를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모델이 빠르게 혁신되는 휴대전화 같은 소비재로 변해가는 시대에서 전기차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미래의 상상력을 품은 모빌리티의 내재적 소프트파워가 요구된다. 이는 유럽 전기차 브랜드 전략이 아직도 산업시대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벤츠가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인 ‘비전 원-일레븐’은 ‘1970년대 열풍을 일으킨 ‘시(C)111’을 전기차 콘셉트로 재해석한 스포츠카였는데 규모는 BYD의 2분의 1 수준이었다. BMW 콘셉트카도 새로운 ‘노이어 클라세(New Class)’로 브랜드화한 스포츠카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그 한계가 보이면서 중국 업체나 테슬라와의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앱스토어 서비스로 생태계를 만들어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 앱들의 결합에 의해 소프트웨어의 파워가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일론 머스크의 혁신적 발상이 아쉽다. 다른 기업가들이 ‘세계관’을 키우려고 애쓰는 동안 일론 머스크는 ‘우주관’을 형성해 전기차 세계를 리드했듯이 고객이 공감하는 혁신적 전기차 발상은 미래의 꿈에서 창안될 수 있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