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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탈 우려에 '울며 겨자 먹기'…저축은행 예금금리 인상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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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이탈 우려에 '울며 겨자 먹기'…저축은행 예금금리 인상 속사정

저축은행 예금 평균 금리 4% 재돌파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걷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자비용 상승으로 올해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저축은행 업계가 실적 악화를 감수하고 다시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리 인상기에 구조적인 이유로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확대할 수 없는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 인상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이를 감수하더라도 수신고 이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7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전날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금리는 4.0%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건 지난 2월 17일(3.99%)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OK저축은행의 '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4.51%로 가장 높았고, 이어 페퍼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이 연 4.5%로 뒤를 이었다.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은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들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이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저축은행 업계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5.15%까지 오르면서 5%대에 진입했다. 5%대 금리는 올해 1월 19일(5.03%)까지 이어졌는데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들의 만기가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만기 때 고금리를 주지 못하면 이 자금은 저축은행을 이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흔들리면서 예금을 맡기기 꺼려하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문제다.

올해 3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1.7% 상승한 5.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 말 5.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산 규모 상위 저축은행들의 연체율 상승이 눈에 띈다. OK저축은행 연체율은 6.38%로 5개사 중 가장 높았고 이어 페퍼저축은행(5.82%), 웰컴저축은행(4.42%), 한국투자저축은행(3.61%), SBI저축은행(3.36%) 순이었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점도 저축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상품 평균 금리(단리·최고우대금리 기준)는 3.728%로 저축은행 업계 평균 금리와 불과 0.28%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문제는 예금금리 인상으로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올해 1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각사 공시에 따르면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2399억원) 대비 96.1% 급감한 92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악화는 고객에게 받은 이자수익 보다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이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 10개 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은 1년 새 20.5%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이자비용은 같은 기간 137.7% 증가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로 유치한 예금이 만기가 다가오고 있어 선제적으로 수신고를 유치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예금과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과 달리, 예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을 끌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