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청년층의 상환 능력이 악화되며 부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실업률이 높은 2030세대는 신용대출, 인터넷뱅킹 소액대출, 비상금대출(1인당 50만원~300만원 규모)까지 소액조차 갚지 못하는 등 연체율이 급증했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청년들은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으로 내몰리면서 위험신호가 커지고 있다.
22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2030세대가 소액 대출조차 갚지 못하고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청년층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19개 국내은행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4%로 전년 동기인 0.7% 대비 2배 급등했다. 이는 5년래 최고치다. 30대 연체율도 0.6%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인 0.3% 대비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용대출 차주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대는 61만474명에서 69만1948명으로 되레 13.3%나 늘었다. 20대의 대출 잔액 비중은 4.6%로 낮았지만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청년은 점점 더 늘고 있는 추세다.
대출을 필요로 하는 청년층은 늘고 있지만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젊은 세대 특성상 시중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상당수의 청년층들이 '비상금대출'이라 불리는 소액 대출 상품에 몰리고 있다.
비상금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담보로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인데 직업이나 소득이 없어도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문제는 별다른 기준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 보니 연체율이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취급하고 있는 소액 대출의 최고 금리는 15%로 10%대 이내인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높기 때문에 상환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8월말 기준 소액 대출 연체액은 약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중 2030 세대가 차지한 비율은 69.9%로 연체액의 절반 이상을 청년층이 차지했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청년들은 2금융권이나 정책금융 상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말 대비 전체 저축은행 취약차주 대출규모가 32.5% 늘어난 가운데, 20대와 30대 증가폭은 51.6%로 다른 세대에 비해 훨씬 컸다. 다만 대출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2030세대의 연체율도 급증하고 있다.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 32곳의 연령대별 신용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연체율은 6.9%로 전년 동기인 5.2% 대비 1.6%p 증가했다. 30대의 경우에도 5.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4.3% 대비 1.3%p 상승했다.
청년층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개인워크아웃와 같은 채무조정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원금감면이 확정된 20대는 4654명으로 지난 2018년 상반기인 2273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5년래 최대치다.
이처럼 청년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생계 부담이 이전에 비해 급격히 늘어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저금리 시기에 받은 신용대출의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부채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청년층이 빚더미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청년층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이에 맞는 맞춤형 부채 해소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효용성 높은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고 금융교육을 강화해 부채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