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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지각변동②] 팔면 팔수록 ‘적자’…생존 키워드 된 ‘대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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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지각변동②] 팔면 팔수록 ‘적자’…생존 키워드 된 ‘대형화’

작년 IFRS17 도입 이후 단순 ‘매출 지상주의’ 지속 어려워
실손판매 중단 14개사…대표적인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
판매·관리·운용 모두 덩치 커야 ‘유리’…빅3 자산격차만 100조

IFRS17 이후 보험사가 대형화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IFRS17 이후 보험사가 대형화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보험사가 대형화하지 않으면 성장이 어려운 환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새회계기준인 IFRS17에 따라 보험사들은 더 이상 ‘매출 지상주의’ 경영을 계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을 팔면 팔수록 경영 실적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저축보험 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품은 보험사에는 위험 부담이 큰 상품이다. 이 때문에 다른 보험사의 상품 ‘단순 베끼기’로 판매할 경우 재무환경만 악화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보험업계는 최근까지도 인수·합병(M&A) 시도가 활발한 데, 대형화가 아니면 더이상 보험업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영업 중인 보험사 22개사의 총자산 규모는 2022년 기준 938조 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보험사의 자산규모는 지난 2015년 말 기준 724조 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2021년 992조 원으로 1000조 진입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눈에 띄는 점은 대형 보험사 중심의 자산 증가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의 총자산 규모는 2015년 411조 원에서 작년 9월 말 2022년 525조 원으로 약 28%(114조 원) 늘었다. 보험업계 전체 총자산 비중에서 무려 56%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나머지 22개사의 총자산 규모도 313조 원에서 412조 원으로 31%(99조 원) 늘긴 했지만, 빅3와 자산 격차만 100조 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IFRS17 이후부터 보험상품을 단순히 팔기만 해서는 생존하기 어렵게 됐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손실이 예상되는 상품을 팔면 팔수록 경영 실적만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에 대한 위험관리 능력과 대형화, 자산운용 능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보험업 지속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대표적으로 실손보험 판매 중단도 위험관리 능력에 실패한 결과물이다. 지난 2011년 이후 생보사 11곳, 손보사 3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회사는 생보사 6곳, 손보사 10곳 등 16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일찍부터 M&A를 시도하며 보험사의 대형화 전략을 추진해왔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키고, KB금융지주가 자사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을 통합해 KB라이프생명을 탄생시킨 배경도 규모의 경쟁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은 현재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물을 저울질하고 있다.

보험사 영업력 강화의 핵심인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도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삼성생명의 자회사형 GA인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2022년 5월 라이나금융서비스의 8개 GA 지사와 중소형 GA 다올프리에셋을 인수했고 한화생명의 자화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3년 1월 국내 GA 업계 6위 기업인 피플라이프의 인수절차를 완료하는 등 대형사들은 자회사형 GA 설립해 판매채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중형 보험사를 제외하면 중소형사들은 GA인수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회계제도 변화 이후 리스크 관리와 사업비 효율화 측면에서 보험사가 대형화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고 평가한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M&A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쉽게 말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혜택이 좋은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런 상품은 (보험사에) 리스크가 크다”면서 “합리적인 보험료 산정도 규모에서 나오고, 리스크와 자산관리 역량도 결국 회사가 커야 하는 만큼 보험사의 대형화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