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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 태영건설 어디로… 부동산경기 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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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정지' 태영건설 어디로… 부동산경기 회복이 관건

건설사 워크아웃 어려운 상황
산은, 불안 잠재우기 나서
투자자들은 손실부담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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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지난해 사업연도 결산 결과 자본잠식에 주식거래 정지 타격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무상감자, 대주주 경영권 상실 시나리오까지 제기되면서 투자자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본잠식은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워크아웃의 정상적인 진행과는 무관하다"며 불안감 해소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 워크아웃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고 부동산 경기 회복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상장폐지 우려까지 고개 들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13일 장 마감 후 지난해 사업연도 결산 결과 연결 기준 자본 총계가 -562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자본잠식률이 2814%에 달해 완전자본잠식(100% 이상)에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주식 매매는 14일부터 정지됐다. 자본잠식이 되면 주식은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제40조)에 따라 매매가 즉시 정지되기 때문이다.

이어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최종 감사의견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여부가 최종 확정된다. 다만 상장폐지 사유 통보를 받게 되면 절차상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심의를 통해 최대 1년 동안의 개선기간을 부여 받을 수 있어 실제 상장폐지 결정까지는 시간은 어느 정도 벌어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네이버 종목 토론방에서 한 주주는 "하루하루가 힘들다며 일단 거래가 풀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상감자에 대한 공포감도 커지고 있다. 다른 주주는 "거래가 재개된다 해도 감자가 되면 지금 보유수량이 최소 70% 이상은 줄어들 것이라며 답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감자는 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부채비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무상감자는 감자에 따른 보유 주식 수 감소에 대해 특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감자가 끝난 뒤에는 유통주식 수가 줄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인내를 갖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주주는 "거래정지됐다고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문제는 태영건설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일단 태영건설은 오는 28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행할 수 있는 주식의 총수를 기존 2억5760만주에서 60억주로 확대하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올렸다. 유상증자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은행권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에 4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했는데 향후 부동산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투입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보할 경우 채권단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유증에 참여한다면 윤석민 회장의 태영건설 지분은 크게 낮아진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회복 여부다. 연초만 해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지만 그 시기가 점차 늦쳐지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도 꺾이고 있어서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토지 값도 문제이고, 공사비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 신규로 공급되는 부동산 자산을 매입할 가계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어, PF 문제 해결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과정 및 정상화 방안에 대한 여러 논의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결국 기댈 자산이 부족한 건설사는 이번 파고를 넘기 힘들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