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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치킨게임②] '설계사 뺏기' 자제하자면서요?…‘단기 실적·승환계약’ 도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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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치킨게임②] '설계사 뺏기' 자제하자면서요?…‘단기 실적·승환계약’ 도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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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간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당 승환계약 등 부작용도 심해지고 있다. 대형 보험사 자회사형 GA들이 스타 설계사 영입에 수억원 대 연봉이 지급되자 단기실적에 집착하면서 고객 뺏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무리한 계약을 강행하면서 불완전판매가 속출하고, 설계사 이직에 따라 계약된 보험이 방치되는 ‘고아계약’도 늘고 있다.
17일 금융권과 법인보험대리점 통합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대형 보험 대리점 63곳의 소속 보험설계사는 19만8517명으로 전년 17만8755명보다 약 2만명 늘었다.

설계사 정착률도 겨우 50%를 넘은 상태다. 설계사 정착률이란 보험설계사로 신규 등록한 뒤 1년 이상 정상적인 보험 모집활동을 한 인원의 비율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GA사의 설계사 정착률은 53.6%를 기록했다.

최근 몇년간 GA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특히 보험판매 실적에 GA소속 설계사들의 질과 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GA들의 설계사 영입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실제로 대형보험사들이 설립한 자회사형 GA는 스타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수억원 대 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한다.

문제는 설계사들이 막대한 선급수수료를 받고 GA를 옮기게 되면 실적 압박 때문에 부당 영업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GA가 설계사에 막대한 선급 수수료를 지급하며 계약하게 되면 당연하게 그만큼 실적 조건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설계사 이직이 늘어나면서 승환계약(보험 갈아태우기)이나 단기 실적을 목표로 무리한 영업을 강행하는 등 부작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승환계약은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보장내용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오히려 기존 계약이 고객에게 유리한 경우가 다수라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무리한 계약을 강행하는 만큼 당연히 불완전판매(설계사들이 보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보험을 판매하는 것) 가능성도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 추정치로는 한해에만 약 180만 건의 승환계약이 발생한다.

계약을 주도했던 설계사가 이직하면서 기존에 체결했던 보험계약이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고아계약’도 증가세에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미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한 인센티브 등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수료는 설계사가 아닌 계약 체결 당시 소속됐던 GA에 지급된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전 GA에서 관리했던 고객들의 보험을 지속해서 관리할 유인이 없다.
실제로 최근 고객들의 보험 유지율은 하락했다. 생명보험의 13회차 평균 유지율은 전년 83.66%에서 81.48%로 내렸고 손해보험 역시 83.66%에서 81.48%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2020년 이러한 GA 과당경쟁을 막기위해 보험계약 체결 이후 1차년도에 모집인이 받는 수수료가 월 납보험료의 12배(1200%) 이내로 설정되도록 하는 '모집수수료 1200% 룰’을 보험사와 모든 GA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금감원 또한 올해 설계사 3000명 이상의 초대형 GA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업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이러한 대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보험관계자는 이에대해 “방법을 찾으면 많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선지급률을 일률적으로 고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고 (GA 대형화는) 일종의 트렌드다. 막을 수도 없고 경쟁을 막을 필요도 없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설계사 책임을 높여서 일종의 자정작용을 통해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