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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데이터사업①] 카드사, 기껏 품 들여놨더니 64%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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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데이터사업①] 카드사, 기껏 품 들여놨더니 64% ‘공짜’

금융데이터거래소, 총 8개사 1만864건 중 6962건 ‘무료 나눔’
정부기관 제외하면 민간 데이터 ‘유료거래’ 인식 수준 낮아
비슷한 표본에도 가격 ‘천차만별’…가격표 신뢰 형성도 과제

카드사 미래 핵심사업인 데이터 판매 사업이 민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카드사 미래 핵심사업인 데이터 판매 사업이 민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의 미래 신규 먹거리로 낙점된 ‘데이터 사업’이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융데이터 거래소’를 통해 상권 분석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를 판매하는데, 절반 이상이 무료다.

일부 행정 영역에서 카드사 데이터를 유료 구매하고 있지만, 데이터 저작권에 대한 ‘낮은 인식’과 ‘수요 부진’으로 시장 초기 비용부담만 가중하고 있다.
15일 금융보안원 산하 ‘데이터 유통·활용 종합 플랫폼’인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BC카드 등 총 8개사에서 1만864건의 ‘가공 데이터’를 거래하고 있다. 이 중 무료 데이터는 6962건으로 전체 64%에 이른다. 나머지 3902건은 유료 거래되고 있다.

거래소에서 유통하는 데이터들은 카드사들이 보유한 카드소비 유형이나 가맹점 매출과 관련한 정보들이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서 어떤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어떤 가맹점 매출이 높은지 등을 파악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시장 초기다 보니 일부 정부기관을 제외하면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민간 시장에서 데이터 수요가 적은 배경은 우선 데이터 유료화에 대한 인식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지난 2021년부터 ‘데이터 전문기관업’을 등록해 본격적인 디지털 사업 구축에 닻을 올렸다.

이전까지는 민간 시장에서 카드사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통상 상권 분석이나 소비 데이터들은 발품을 팔아 얻는 경우가 많은데,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여전히 오프라인에 대한 선호가 높다는 분석이다.

표준화된 데이터 가격이 없다는 점도 사업 확산에 걸림돌이다. 현재 카드사별로 동일한 지역의 비슷한 표본을 활용하면서도 가격 면에서는 제각각이다. 가격 자체를 정하지 못해 소비자와 협의를 통해 판매한다는 카드사도 적지 않다.

카드사들이 유료로 공급하는 데이터 가격을 보면 최소 수십만원 선에서 최대 10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현재 유료 데이터는 카드사에서 데이터를 개발할 때 드는 비용을 반영한다. 그런데 회사별로 총 가공 비용이 다르다 보니 소비자별로 체감할 수 있는 표준화된 가격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카드사들도 데이터 거래 시장 초기다 보니 아직까진 큰 수익 개선을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데이터 사업에 인건비와 인프라 투자비용 등을 포함해 총 50억원의 사업자금을 투자했다. 예상투자회수기간은 향후 5년으로 내다봤다. 신한카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도 데이터 사업 투자와 관련해 미래 시장규모 성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회수기간을 예상하기 힘들다고 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민간 시장에서 데이터를 산다는 개념이 아직 확산하지 않아, 데이터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료로 제공한 정보가 많다”면서 “데이터 사업이 실질적인 카드사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업계 고민이 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