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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보험 과열] 경험통계 부실… '실손보험 악몽' 되풀이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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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보험 과열] 경험통계 부실… '실손보험 악몽' 되풀이될라

기존 종신보험 판매 몰두하다 보니 ‘경험통계’ 축적 미흡
축적된 노하우 없다보니 ‘가격 경쟁력·손해율’ 관리도 엉성
‘발등에 불’ 생보사, 개발원에 손보사 ‘경험통계’ 요구 난색

생보사들의 데이터 부족으로 제 3보험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생보사들의 데이터 부족으로 제 3보험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제 3보험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 3보험은 사람의 질병, 상해 또는 이로 인한 간병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현재 생보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판매가 가능하지만, 전체 시장의 약 70% 점유율을 손보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생보사들은 최근 종신보험 수요가 줄고 회계제도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 같은 보장성 상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마케팅을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보험상품의 가격 경쟁력과 손해율을 결정짓는 ‘경험통계’가 부족해 아직은 기존 국민통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손보사 대비 제 3보험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은데 일각에선 판매 경쟁에만 몰두하다 자칫 실손의료보험처럼 손해율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명보험사에서 건강보험, 암보험, 간병보험 등의 상품을 출시하며 제 3보험 시장판을 키우고 있다. 교보생명은 최근 원하는 보장을 맞춤설계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형 건강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다음 달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작년 6월 삼성생명에 이어 생보사들이 잇따라 제 3보험 라인업 강화에 나서면서 손보사와의 경쟁이 한층 더 달아오르는 추세다. NH농협생명도 얼마 전 ‘백세팔팔NH건강보험’과 여성 전용 ‘핑크케어NH건강보험’을 차례로 출시하며 제 3보험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생보사들이 제 3보험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은 종신보험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IFRS17 도입으로 보장성 보험 판매가 보험사 이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질병보험과 암보험, 상해보험, 간병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모두 제 3보험 영역에 해당한다. 제 3보험 시장은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생보사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제 3보험 시장 점유율은 현재 손보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 3보험 영역에서 생보사들이 손보사에 밀리는 원인은 제 3보험 영역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보험을 개발할 때 ‘경험통계’를 활용하게 된다. 경험통계는 위험단위별로 산출된 보험료를 사후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 보험료를 조정하는 보험료 검증수단이다. 회사의 마케팅 성향과 언더라이팅 정책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향후 보험손익과 직결된다.

그런데 생보사들이 그간 종신보험에 판매에 몰두하다 보니, 손보사 대비 경험통계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도 손보사보다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게 책정돼 시장 경쟁력에서 밀리게 됐다.

생보사들은 주력이던 종신보험의 경쟁력 상실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새로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IFRS17하에서 핵심 이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선 보장성 보험이 주력인 제 3보험 공략이 불가피하다.

생보사들은 현재 부족한 경험통계를 보완하기 위해 보험개발원 측에 손보가 활용 중인 제3보험 위험률을 공유해 달라고 의견을 제시한 상황이다. 다만 통계가 각 회사 사정에 맞춰져 있고, 단순히 넘기는 차원에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보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경험통계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누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 판매에만 몰두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손해율만 키울 수 있다”면서 “상품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생보사들도 경험통계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