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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테크’ 얌체고객에 알짜카드 단종 고심…“카드깡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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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테크’ 얌체고객에 알짜카드 단종 고심…“카드깡 다를 바 없다”

카드로 상품권 구매 후 현금화 고객 늘어…비용부담 가중
상품권 실적·적립 혜택 주는 일부카드에 ‘체리피킹’ 몰려
알짜카드 단종 ‘자극’…비용율 추이 고려해 단종여부 결정

카드사들이 체리피킹형 고객들 때문에 주요 카드상품에 대한 단종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카드사들이 체리피킹형 고객들 때문에 주요 카드상품에 대한 단종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들이 ‘얌체 소비족’인 일명 ‘체리피킹(Cherry Picking·케이크 위 달콤하고 비싼 체리만 빼먹음)’ 고객들 때문에 알짜카드 단종을 고심하고 있다. 신용카드 혜택의 빈틈을 파고들어 ‘카드깡’ 수준의 형태로 실속만 쏙 빼먹는 얌체 행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은 시장금리 상승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카드사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선량한 고객에 피해를 주고 있다.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알짜카드를 단종하면서 일반 고객들이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18일 여신업계 따르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명 ‘상테크’(상품권+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상테크’는 상품권을 사들인 뒤 포인트를 적립하고, 구매한 상품권을 다시 현금화하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가 상품권에 대한 적립과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카드에 한해 상품권에 대해서도 실적을 인정해 체리피킹형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상테크가 가능한 주요 신용카드는 현재 ‘GOAT BC 바로카드’와 ‘신한카드 Hi-Point’, ‘신한카드 Deep Oil’, ‘삼성카드 & MILEAGE PLATINUM(스카이패스)’, ‘BC 바로 에어 플러스 스카이패스’, ‘SKYPASS 롯데 아멕스카드’ 등 6종이다. 이들 카드는 상품권 구매를 실적으로 인정해주거나, 적립 등 혜택이 적용된다.
상테크 과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온라인쇼핑몰에서 할인율이 높은 상품권을 아무거나 산다. 할인율은 대략 8% 정도가 좋다고 한다. 나중에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8%의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손해를 안 보려면 할인율이 적용된 상품권이 좋다. 최근에는 상품권이 할인율이 낮아져 통상 6%에서 7%선에서 거래가 많다.

이렇게 구매한 상품권을 ‘해피머니·컬처랜드’ 앱에 등록해 온라인 캐시로 전환한다. 이어 페이코 앱에서 포인트를 상품권으로 충전하고 전환해둔 온라인 캐시로 페이코 포인트로 충전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8%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충전된다. 마지막으로 페이코 포인트를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으로 전환하고 남은 포인트를 현금으로 입금하면 끝이다.

상테크를 바라보는 카드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거래유형만 보면 부당거래 행위인 ‘카드깡’(허위매출을 일으켜 현금화하는 수법)과 수법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상테크는 결제금액을 현금화해 환불받는 반면, 실적은 채워 혜택만 받아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상품권에 대한 카드결제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결제를 허용하고 있고, 대부분 신용카드는 상품권 결제 건을 적립대상이나 전월실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상테크의 대상이 되는 카드들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카드도 있지만, 아주 오래전에 출시된 카드도 있다. 신한카드 Hi-Point의 경우 출시한 지 벌써 16년도 넘었다. 이 카드의 출시 당시에는 상품권 거래라는 게 활발하지 않았던 터라, 내부에서도 향후 현금화에 이용될 줄 꿈에도 몰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밖에 마일리지 적립 제한이 없는 ‘항공 마일리지 카드’ 역시 상테크에 이용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상테크 같은 소비 유형이 확산할 경우 단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은 최근까지 마케팅 부담을 덜기 위해 주요 카드에 대한 개정과 단종을 병행하고 있는데, 얌체 소비로 인해 비용 부담이 큰 상품도 포함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카드사에서 단종한 카드는 총 458종(신용 405종·체크53종)에 달한다. 전년(116종)보다 4배가량 급증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상테크라는 게 좋게 말해 재테크지, 사실상 카드깡과 다를 게 없다”면서 “아직은 일부 이용자에 그치지만 향후 비용 부담이 커지면 단종 수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카드상품을 구조 조정할 때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하는데 비용율이 높아지면 결국 단종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