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에 은행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중단 초강수까지 겹쳐 '대출절벽 공포'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에 이어 카카오뱅크, NH농협은행이 유주택자 주담대를 비롯한 혼합형 주담대를 전격 중단하기로 하면서 대출 대란이 우려됐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대출총량 규제로 '대출받는 게 로또'였던 것 같은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은행들이 대출 대상을 제한하고 대출한도를 축소하면서 부동산 실수요자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염두에 뒀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문을 닫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7월 들어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던 은행권은 8월 하순부터는 아예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전날 우리은행이 오는 9일부터 주택 소유자에게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구매 목적 대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날 카카오뱅크 역시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대상자 조건을 기존 세대 합산 기준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대출 자격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이달 말부터 혼합형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주기형 판매에 주력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9월부터 차주들의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예상됐지만, 갑작스럽게 은행들이 대출 문을 닫으면서 시장에서 느끼는 공포감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특히 2021년 대출총량 규제에 따른 연말 대출 한파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문재인 정부 금융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로 제시했는데 상반기 한도를 소진한 은행들이 연말로 갈수록 대출 문을 좁히면서 '대출받는 게 로또'라는 소리가 나왔다.
가계대출 총량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됐지만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에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것을 지양할 것을 압박하면서 사실상 총량제가 부활한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문제는 다른 은행들도 가계대출 축소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연말까지 대출 한파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7월 말(715조7383억원)보다 8조3234억원 불어났다. 30~31일 영업일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8월 전체로는 9조가 넘었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는 영끌과 빚투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경고등'이 켜진 2021년 4월(9조2266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9월부터는 증가폭이 축소되더라도 금리 인하 기대에 맞물려 연말까지는 6조~7조원의 증가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대출한도는 올해가 4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1일까지 연초 경영계획 대비 가계대출을 376.5% 초과 공급했다. 이어 신한은행(155.7%), KB국민은행(145.8%), 하나은행(131.7%), NH농협은행(52.3%) 순으로 5대 은행 중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는 대출한도를 모두 소진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개별 차주에 대한 DSR 규제 강화와 별개로 은행별 포트폴리오 DSR을 더욱 조이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대출총량제가 부활한 상황"이라며 "집값이 꺾이지 않는 한 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 시장 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