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많고 취학 인구 줄고.... 대학에 필요한 인재 육성 맡겨야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한전공대 설립에 대해 시민단체는 물론 교육계에서조차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전공대의 등장은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한 억지 사업이라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뜩이나 수익이 저조한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한전공대 설립은 공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주주들의 권한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한전 측은 한전공대 설립을 위한 자금확보 계획조차 제대로 마련치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편집자 주>
이미지 확대보기■ 한전공대, 어떻게 설립되나
오는 2022년 3월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이던 2017년 4월 호남지역에 대한 공약으로 공론화됐다.
현 정부가 출범하자 한전공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며 본격적인 설립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전남도-광주시가 1670억원 규모의 부지제공과 2000억원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지난 3일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를 거치면서 한전은 법인설립허가를 취득했다.
이로써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기 위한 작업은 마무리된 형국이다.
한전은 글로벌에너지 신시장이 2030년까지 약 3경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에너지분야에서 4.5년 뒤처지고 있어 한전공대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전공대는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대학’으로 ▲전력·에너지 분야 집중 ▲다자간 자원과 역량을 공유·집적한 산학협력 ▲국가·지역의 경제발전 선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학부는 에너지 공학 단일학부로 하고, 1000명의 학생과 100명의 교수를 선발할 계획이다.
■ 진학대상↓ 재정 악화… 현실 무시한 설립
한전공대 설립은 취학 대상이 줄고 대학이 넘쳐나고 한전의 재정 건전성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보면 2019년 일반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기술대학, 대학원대학을 포함한 대학교는 246개교다. 여기에 전문대와 사이버대 등을 합치면 대학교 숫자는 417개교까지 불어난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인한 학생 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통계자료를 보면 한전공대가 설립되는 2022년은 현재 고교 2학년인 2003년 생부터 입학하게 된다.
2003년생은 48만8530명으로 2002년생(53만6770명)이나 2001년생(62만1679명) 대비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이후에도 취학 대상 청소년은 지속적으로 줄어 약 15년 뒤에는 39만8033명까지 준다.
한전공대의 추진은 대학이 넘쳐나고 취학 대상은 줄어드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대학이 없어서 못 가는 게 아니라 개인 사정에 따라 진학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전공대의 설립은 저출산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전공대를 이끌어야 할 한전의 경영상태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전은 2015년 10조원의 이익을 기록했으나, 2018년 1조952억원의 적자 전환됐고, 지난해에는 2조594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규모가 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전 주식의 4분의 1 정도는 국민이 보유하고 있다”며 “주주의 의견을 듣지 않고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기존 대학 키워 전문가 양성해야
대학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한전공대의 등장은 기존 대학과의 차별화가 아닌 특혜일 수 있다는 점과 기존 대학의 가치 등을 무시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한전공대는 한전에 취업을 위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른 대학 졸업생들의 한전 취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전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전공대 설립보다 기존 대학에 기회를 주는 게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한전이 자신들이 원하는 인력을 한전공대에서 선발하려는 의도”라며 “이렇게 되면 다른 대학 졸업생들은 한전 입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특혜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관계자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한전은 한전공대를 설립해 적자를 늘릴 것이 아니라,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기존 대학에서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한전, 자금확충 계획도 못 만들었나?
한천이 한전공대를 설립하기 위한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조차 나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전 측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아직”이라고 말했다.
2022년 개학을 하려면 늦어도 2021년 말까지는 대학을 설립해야 된다. 게다가 건물을 짓는데 1년 이상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계획대로 한전공대 설립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전이 뚜렷한 자금 계획도 없이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정부에게 손을 벌리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공기업에 혜택을 주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주장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관계자는 “한전공대는 정부가 인기를 끌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에 불과하다”라면서 “예산도 제대로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세금으로 한전공대를 설립‧운영하겠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종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kc113@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