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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전망대] 세계는 금 확보 전쟁, 한국은행은 10년째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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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전망대] 세계는 금 확보 전쟁, 한국은행은 10년째 '강 건너 불구경’

금값 두 배 뛸 동안 '뒷짐'…외환보유고 안정성 '빨간불'
'달러 무기화' 우려에 세계는 금 창고 채우기…韓 정책 실종
한은 금 매입, 국가 백년대계…정치권·언론 비판 자제 해야
금, 지폐(달러, 유로화) 외환보유고보다 더 안전
중국·폴란드 등 각국 중앙은행 금 확보 경쟁…지정학적 위험 대비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한국은행이 2011년에서 2013년에 걸쳐 금을 사들인 뒤 공교롭게도 달러 표시 금값이 하락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국제 금 시세가 온스당 1600달러대에서 1000달러대까지 떨어지자, 정치권과 여러 언론은 투자 실패와 평가 손실 등을 이유로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여론 압박으로 한국은행은 금 매입을 중단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비판이 가까운 미래만 본 짧은 생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더 싼 값에 금을 꾸준히 사들일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한국은행이 꾸준히 금을 매입했다면 보유량 증가와 함께 평가 가치도 크게 올랐을 것이다. 보유한 금을 달러로 환산할 때 외환보유고가 대폭 늘어나는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금값…화폐가치 하락의 반증


한국은행은 지금이라도 금 매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값이 너무 높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금의 본질 가치는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달러 같은 특정 국가의 화폐가치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릴 뿐, 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는 영구적인 국제 결제 수단이자 가장 확실한 안전 자산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치권과 언론도 한국은행의 금 매입이나 금값 등락에 대한 단기적인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

1971년 미국이 온스당 35달러에 묶여있던 달러 금태환을 중단한 후, 달러로 환산한 금값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금값은 일시 하락할 때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국은행이 금 매입을 중단했던 10여 년 전 온스당 1600달러 수준이던 금값은 현재 370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지폐인 달러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음을 뜻한다.

주춤하던 국제 금 시세는 2020년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돈을 풀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자, 안전 자산인 금값이 급등한 것이다. 자산 가치 하락을 막고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세계는 '금 보유' 확대 경쟁…한국은 10년째 제자리


한국은행이 금 매입을 멈춘 뒤에도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중앙은행은 꾸준히 금을 사들였다. 주요 원인은 기축 통화인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데 있다. 외환보유고의 상당 부분을 특정 국가의 통화인 달러에만 의존하는 위험을 줄이고, 실물 자산인 금으로 대체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최근 중동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결제시스템을 통한 달러 자산 동결 우려가 커진 점도 한몫 했다. 미국과 대립하는 나라들은 ‘언제든 우리 자산도 묶일 수 있다’는 우려에 달러 대신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세계금협회(WGC) 자료를 보면, 2024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폴란드가 90톤으로 가장 많았고 튀르키예(75톤), 인도(73톤), 아제르바이잔(45톤), 중국(44톤)이 뒤를 이었다. 2023년에는 중국이 225톤을 사들여 1위, 폴란드가 130톤으로 2위였다.

현재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104.4톤으로 세계 38위에 머문다. 세계 12위 경제 규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2013년 이후 금 매입을 중단해 지난 10여 년간의 금값 상승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놓친 것은 국부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금값이 “너무 올랐다”는 평가가 수시로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값은 더 올랐다. 이는 지폐의 통화팽창에 따른 역설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수석전문위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