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력 아닌 ‘뇌의 착각’ 때문... 낙관주의 편향·운전 과신
전두엽의 ‘이성 브레이크’ 고장 “판단력보다 자신감 앞서”
과거 사고나 단속 피한 ‘성공 경험’... 나쁜 학습 효과 제공
전두엽의 ‘이성 브레이크’ 고장 “판단력보다 자신감 앞서”
과거 사고나 단속 피한 ‘성공 경험’... 나쁜 학습 효과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여전히 도로 위에서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존재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이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알코올에 의한 뇌 기능 마비와 심리적 왜곡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최근 중앙정부의 한 고위공직자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직권 면직되면서 왜 술만 들어가면 운전석이 만만해 보이는지, 그 위험한 심리상태를 25일 부산 온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센터장 김상엽,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를 통해 짚어봤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다행히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가장 최근 집계된 2024년 기준 사망자 수는 138명으로, 5년 전인 2021년 201명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매년 42∼45%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즉,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 5명 중 2명 이상은 과거에 이미 적발된 경험이 있는 재범자라는 뜻이다. 2023년 기준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 약 13만 건 중에서 2회 이상 재범 건수는 약 5만 5000 건에 달한다는 거다.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면 뇌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부위는 ‘이성의 사령탑’이라 불리는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상황을 판단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술은 이 ‘브레이크’를 느슨하게 만든다.
정신의학계는 이를 ‘인지적 근시(Alcohol Myopia)’ 현상으로 설명한다.
술에 취하면 먼 미래의 처벌이나 사고 위험보다는 당장의 편안함(집에 빨리 가고 싶다, 대리비가 아깝다)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위험한 선택을 “이 정도면 괜찮다”며 합리화하는 이유다.
이들은 “남들은 사고가 나도 나는 안 난다”, “단속 구간을 잘 피할 수 있다”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다.
특히, 과거에 술을 마시고 운전했음에도 사고나 단속을 피했던 ‘성공 경험’은 뇌에 잘못된 학습 효과를 준다.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자신의 운전 실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드는 ‘자기 과신’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을 예방하려면 자신의 의지력을 과신하기보다 ‘환경적 제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차량과 격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술자리가 예정된 날에는 아예 차를 집에 두고 나가는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음주 후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대리운전을 부르는 판단조차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 전 귀가 수단을 확정해 두는 것도 중요하다. 술을 마시기 전, 이성이 멀쩡할 때 미리 대리운전 앱을 확인하거나 귀가 경로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동승자나 술자리 동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음주운전은 방조하는 순간 공범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음주자의 차 키를 뺏거나 강제로 택시에 태우는 등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 잔’의 함정에 대한 경계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맥주 한 잔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 알코올은 소량이라도 뇌의 반응 속도를 늦추고 돌발 상황 대응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정근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대표회장은 “음주운전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뇌 기능의 일시적 장애 상태에서 발생하는 인재(人災)”라며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고 싶어지는 것은 뇌가 보내는 가짜 신호임을 인지하고, 술자리 전 미리 운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