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실적 호조에도 협력사·소상공인 ‘한숨’…지표와 체감 사이 괴리 심화
이미지 확대보기울산 경제가 수출 지표상의 ‘착시 효과’에 갇혀 있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외형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수와 골목상권은 장기 침체 국면에 머물면서 ‘지표와 체감의 괴리’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은 견조…대기업 중심 ‘버티기’
5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울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분야는 글로벌 수요를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의 고부가가치선 수주와 친환경차 수출 확대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량은 있는데 남는 게 없다”…협력업체 ‘수익성 함정’
수출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다.
울산의 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 관계자는 “물량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금융 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실제 이익은 줄고 있다”며 “겉으로는 경기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 사정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대기업 중심의 실적 방어가 협력업체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골목상권 ‘초토화 위기’…공실·폐업 동시 확산
동구 남목 일대의 경우 상가 절반가량이 ‘임대문의’ 팻말을 내건 채 비어 있는 등 상권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울산대학교 인근 남구 무거동 대학가 역시 유동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이 겹치며 점포 공실과 매출 감소가 이어지는 등 침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30~40년 운영해온 자영업자들조차 원재료비와 운영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남구 삼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점심시간에도 빈 테이블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매출은 20~30% 줄었는데 비용은 계속 올라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고용까지 ‘직격탄’…실업자 20% 이상 증가
골목상권 침체는 고용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소매·숙박음식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2026년 초 기준 울산 실업자는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해 2만2000명을 넘어섰다.
직장인 B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수출이 잘 된다는 뉴스와 실제 삶의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출과 대기업 중심 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반면, 자영업과 중소기업, 가계 소비는 동시에 위축되며 지역 경제 전반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자체 대응 나섰지만…효과는 ‘제한적’
지자체도 골목상권 회복을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동구는 남목전통시장 일대를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는 등 총 11곳으로 확대해 상권 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남구 역시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삼산 일대 특화 상권 조성과 축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공공기관 복지성 경비를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으로 전환하고, 공실 점포를 활용한 청년 창업 공간 조성 등 소비 촉진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단기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 “이중구조 고착화 우려…내수 회복 병행해야”
전문가들은 울산 경제가 수출 중심의 외형 성장과 내수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구조’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울산 지역의 한 경제 전문가는 “대기업의 이익이 협력업체와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약화됐다”며 “내수 회복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개입이 병행되지 않으면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울산 경제의 과제는 ‘버티는 성장’을 넘어 ‘체감되는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수출 성과가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