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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피하는 교육은 끝났다, 이제 ‘AI를 부리는 법’을 가르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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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피하는 교육은 끝났다, 이제 ‘AI를 부리는 법’을 가르칠 때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AI교육팀장이미지 확대보기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AI교육팀장
역사가 유발 하라리는 인류가 지구의 지배적 종(種)이 된 비결을 ‘인지 혁명’에서 찾는다. 인간은 눈앞에 존재하지 않는 질서와 이야기를 언어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협력하는 문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등장한 인공지능(AI)은 어쩌면 그 인지 혁명이 만들어 낸 가장 거대한 산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수만 년 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기록, 논리와 표현의 방식이 통계 모델 속에 압축돼 다시 언어의 형태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인간끼리만 사고를 교환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계와 함께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도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갈렸다. 불을 두려워해 동굴 깊숙이 숨어든 집단은 도태됐고, 불을 길들여 음식을 익히고 밤을 밝힌 집단이 문명을 만들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AI 역시 다르지 않다. 그것은 다루기에 따라 나를 태우는 화마가 될 수도 있고, 문명의 속도를 앞당기는 횃불이 될 수도 있는 인류의 최신형 도구다.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여전히 아이에게 AI를 ‘피하는 법’을 가르치려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AI는 이제 피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AI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느냐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아이에게 AI와 대화하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오늘날 생성형 AI는 입력된 문장을 단서로 방대한 지식의 확률적 조합을 만들어 낸다. 결국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건네느냐에 따라 도구가 보여주는 세계의 모습도 달라진다. 아이가 AI를 단순한 답안 생성기로만 사용한다면 그 도구는 사고를 대신하는 장치로 기능할 것이다. 반대로 AI를 다양한 관점을 시험해보는 실험 상대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지적 장치가 된다.

먼저 필요한 것은 맥락을 분명히 제시하는 습관이다. 아이들은 종종 “이거 알려줘”라는 식으로 AI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기계가 임의로 조합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대신 아이가 문제의 상황과 목적을 먼저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 “나는 지금 이런 문제를 이해하려 한다”, “이 관점에서 설명해 달라”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질문이 구체적인 상황과 목적을 포함할 때 AI의 답변 역시 훨씬 구조화된 형태로 돌아온다. 이 과정은 단순한 질문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는 훈련이 된다.
둘째로 중요한 것은 AI의 답변을 완성된 결론이 아니라 검토 대상으로 다루는 태도다. 생성형 AI는 매우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설명을 제시하지만 그 내용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매끄러운 표현 때문에 오류가 쉽게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AI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다시 질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설명이 틀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학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답을 다시 살펴보는 과정이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확인을 넘어 논리를 다시 점검하는 훈련이 된다.

셋째로 AI에게 다양한 역할을 부여하며 대화를 확장하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AI를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기계로 사용할 경우 사고는 쉽게 한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AI에게 서로 다른 관점의 역할을 맡기면 대화의 구조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내 주장에 가장 비판적인 학자의 시각에서 반론을 제시해 달라”거나 “전혀 다른 학문 분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아이가 하나의 결론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시각을 비교하며 생각하도록 만든다.

앞으로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AI를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닐 것이다. 이미 검색과 번역, 글쓰기, 정보 정리 같은 일상의 지식 활동의 상당 부분이 AI와 연결된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과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AI는 자연스럽게 참고 도구처럼 활용되고 있으며, 직장과 연구 현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빠르게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AI를 쓰지 마라”는 조언은 현실적인 교육 해법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어떤 아이는 결과를 그대로 옮겨 적고, 어떤 아이는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질문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더 큰 차이가 생긴다. 전자는 도구가 만든 결론을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만 후자는 그 결과를 단서 삼아 사고의 경로를 확장한다. 결국 같은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그 기술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탐색해 보았는지에 따라 사고의 깊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라게 된다.

AI를 피하는 아이가 아니라 AI를 부리는 아이가 살아남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AI를 피하라고 말하는 대신 AI와 함께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시도해야 할 때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AI교육팀장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