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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NCC 도시 울산… 폐플라스틱 항공유로 산업 대전환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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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NCC 도시 울산… 폐플라스틱 항공유로 산업 대전환 나선다

중국발 공급과잉·수익성 악화 직면한 NCC 산업… 울산, 재활용탄소연료(RCFs) 특구로 돌파구 모색
SAF 시장 급성장·EU 탄소규제 강화… “폐플라스틱→항공유→저탄소 화학제품” 순환경제 시험대
대한유화 온산공장 NCC(나프타분해시설) 전경.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울산시는 재활용탄소연료(RCFs) 특구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대한유화이미지 확대보기
대한유화 온산공장 NCC(나프타분해시설) 전경.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 전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울산시는 재활용탄소연료(RCFs) 특구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대한유화
울산시가 폐플라스틱을 항공유와 저탄소 화학원료로 전환하는 ‘재활용탄소연료(RCFs·Recycled Carbon Fuels)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순 재활용 사업이 아니라 침체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산업 전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울산시는 27일 서울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제11차 규제자유특구 분과위원회에 참석해 특구 계획의 혁신성과 실증 필요성을 설명했다. 핵심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재활용탄소연료(K-RCFs) 상용화와 관련 규제 개선이다.

중국발 공급과잉 직격탄… 흔들리는 울산 석유화학


울산이 이번 특구 지정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석유화학 산업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국내 NCC(나프타분해시설) 업계는 최근 수년간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이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에 나서면서 에틸렌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 공급이 급증했고,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급격히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이미 “범용 석유화학 중심 성장 모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울산지역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일부 공정 감산과 정기보수 확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과 증권업계 석유화학 리포트에서는 중국 중심 공급 확대가 최소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만으로는 수익성 방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폐플라스틱 기반 순환원료와 저탄소 화학제품 시장이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이 항공유 원료로… SAF 시장 폭발적 성장


이번 특구 사업 핵심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생산한 액체 연료인 재활용탄소연료(RCF-Oil)를 항공유와 경유, 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데 있다.
특히 지속가능항공유(SAF) 시장 확대가 사업 추진 배경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SAF 의무 혼합 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역시 항공 탄소 감축 기준 강화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는 SAF 확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국내에서도 대한항공과 SK에너지, GS칼텍스 등이 SAF 실증 사업과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SAF 공급 체계 도입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항공업계 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폐플라스틱 기반 저탄소 원료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특구를 통해 단순 폐플라스틱 처리 차원을 넘어 미래 항공연료 공급망 선점 기반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 화물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급유하는 모습. 울산시는 폐플라스틱 기반 재활용탄소연료(RCFs) 특구를 통해 SAF 원료 공급망 구축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 화물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를 급유하는 모습. 울산시는 폐플라스틱 기반 재활용탄소연료(RCFs) 특구를 통해 SAF 원료 공급망 구축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기술은 앞섰지만 제도는 제자리”… 상용화 막는 규제


문제는 제도다.

현재 국내 기업 상당수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 개발을 상당 부분 완료했지만,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상 재활용탄소연료가 공식 대체연료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증은 가능하지만 유통과 판매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품질 인증 체계 역시 부족하다. 사실상 기술보다 제도가 뒤처진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통해 실증 특례와 제도 개선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구로 지정되면 울산 테크노산단과 온산국가산단 일원 0.138㎢ 부지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스템 최적화와 품질·안전 기준 마련, 정유·석유화학 공정 연계 실증 등이 추진된다.

SK지오센트릭·HD현대케미칼 참여… 울산형 순환경제 구축


이번 사업에는 SK지오센트릭과 HD현대케미칼 등 대형 석유화학 기업들도 참여한다.

울산시는 ‘폐플라스틱→재활용탄소연료→저탄소 화학제품’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가치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산업 기반 때문이다.

울산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와 전국 최대 액체화물 처리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정유·화학 공정이 밀집돼 있고 수소·친환경 연료 기반 시설과 기존 배관망 활용 가능성도 높다.

업계에서는 “열분해 연료 생산과 저장, 이송, 정제, 화학 공정 연계까지 한 도시 안에서 가능한 국내 유일 수준의 산업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한계… “상당수는 여전히 소각”


국내 폐플라스틱 처리 구조 역시 재활용탄소연료(RCFs) 특구 추진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당량이 저품질 재생원료로 활용되거나 소각 처리되고 있다.

특히 여러 재질이 혼합됐거나 오염도가 높은 폐플라스틱은 기존 기계적 재활용 방식만으로 처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재활용 과정에서 품질 저하가 반복되면서 고부가 원료로 재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와 학계에서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연료와 원료로 재활용하는 열분해 기반 순환기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 남구 성암동 일원에 건립 예정인 광역 재활용품 공공선별장 조감도. 울산시는 폐플라스틱 선별·재활용 기반 확대를 통해 열분해 기반 순환원료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울산시이미지 확대보기
울산 남구 성암동 일원에 건립 예정인 광역 재활용품 공공선별장 조감도. 울산시는 폐플라스틱 선별·재활용 기반 확대를 통해 열분해 기반 순환원료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울산시


안전성·환경성 논란도… “탄소 감축 검증 중요”


다만 열분해 기술을 둘러싼 논란도 존재한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열분해 과정 유해물질 발생 가능성과 탄소 감축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화석연료 사용 기간을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울산시는 실증 과정에서 회분식·연속식 열분해 설비에 대한 HAZOP(위험·운전성 분석) 평가와 제조 공정 위험 분석을 병행할 계획이다.

또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실제 탄소 감축 효과를 검증하고 한국형 재활용탄소연료(K-RCFs)의 국제 표준화 기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탄소중립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울산의 산업 기반과 실증 역량을 활용해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활용탄소연료(RCFs) 규제자유특구 지정 여부는 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위원회와 국무총리 주재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박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tkay8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