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른바 '스타벅스 탱크 사건'으로 명명된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행보가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 오너의 개인적 돌출 행동이나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핵심 계열사의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오너 리스크(Owner Risk)'의 전형적인 사례로 금융 시장과 산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단연 미국 스타벅스 글로벌 본사, 그리고 그 정신적 지주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 전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이다. 급기야 시장 일각에서는 본사가 브랜드 가치 훼손을 명분으로 콜옵션(Call Option, 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하여 신세계(이마트)로부터 한국 스타벅스(SCK컴퍼니)의 경영권 및 지분을 강제 회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워드 슐츠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유년 시절에 깊게 새겨진 빈곤과 상실의 트라우마를 직시해야 한다. 1953년 뉴욕 브루클린의 빈민가(카나시 프로젝트)에서 태어난 그는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그가 7살 무렵, 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가 작업 중 빙판에서 넘어져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당시 미국의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의료보험이나 산업재해 보상은 전무했다. 아버지는 즉각 해고되었고, 가족은 깊은 절망과 경제적 파탄에 빠졌다.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소파에 무기력하게 누워있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슐츠의 뇌리에 '존엄성을 상실한 노동자'의 비극으로 각인되었다.
슐츠의 인생과 기업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변곡점은 1983년 이탈리아 밀라노 출장이었다. 길거리 곳곳에 위치한 에스프레소 바(Bar)에서 이탈리아인들이 바리스타와 유대감을 나누며,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매개로 휴식과 대화를 즐기는 활기찬 문화를 목격한 것이다. 슐츠는 직감했다. "커피는 단순한 상품(Commodity)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Medium)다." 그는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 사이에서 대중이 스트레스를 풀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 개념을 주창했다. 그러나 원두 판매라는 낡은 비즈니스 모델에 갇혀 있던 기존 창업자들은 슐츠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슐츠는 1985년 스타벅스를 떠나 자신의 비전을 담은 '일 지오날레(Il Giornale)'라는 에스프레소 바를 창업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87년, 원년 창업자들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매각하려 하자, 슐츠는 38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여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일 지오날레와 스타벅스의 합병, 그것이 바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 3만 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오늘날의 글로벌 커피 제국, 스타벅스의 실질적인 건국일이다. 1992년 기업 공개(IPO) 이후 스타벅스는 폭발적인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주가는 연일 천정부지로 솟았고, 매장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슐츠는 2000년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만 유지했다.
맹목적인 성장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2007년 무렵, 스타벅스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효율성과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자동화 에스프레소 머신은 바리스타의 숙련도와 커피 추출의 낭만을 앗아갔다. 매장에서는 커피 향 대신 치즈 샌드위치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무엇보다 '제3의 공간'이라는 안락함은 사라지고, 수익 창출만을 위한 패스트푸드점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월가는 스타벅스의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2008년 1월, 하워드 슐츠가 8년 만에 CEO로 전격 복귀했다. 그의 위기관리 리더십은 단기적인 재무 지표 개선이 아닌 '핵심 가치(Core Value)의 복원'에 맞춰져 있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2008년 2월 26일, 미국 전역의 7,100여 개 매장을 3시간 반 동안 일제히 폐쇄한 일이다. 수백만 달러의 매출 손실과 경쟁사들의 조롱을 감수하면서까지 단행한 이 조치는, 전 바리스타들에게 완벽한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을 재교육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주주와 시장, 그리고 고객들에게 "우리는 수익을 위해 완벽함을 타협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는 충격 요법이었다. 슐츠는 매장에서 커피 향을 가리는 샌드위치를 퇴출하고, 무분별하게 확장된 부실 매장을 과감히 정리했다. 단기적인 주주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도 "우리는 사람을 챙기는 비즈니스를 통해 커피를 파는 것이지, 커피 비즈니스를 통해 사람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라는 신념을 고수했다. 이러한 본질로의 회귀 전략은 결국 고객의 신뢰를 되찾았고, 스타벅스는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갱신하며 극적으로 부활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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