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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도시전략 진단] 관광은 왜 늘 두 번째인가... 큰 그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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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도시전략 진단] 관광은 왜 늘 두 번째인가... 큰 그림이 없다

정부는 935억 원 남해안 관광지도를 먼저 그렸다…진주는 또 '추후 확대’
고속도로·투자선도지구·김해공항 관광권까지…반복된 갈림길
축제는 넘치지만 체류 전략은 흐릿…170만 관광도시의 오래된 질문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10월 3일부터 18일까지 16일간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열리고, 10월 9일부터 18일까지는 올해 75회를 맞는 ‘개천예술제’와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등 진주를 대표하는 3대 가을 축제가 열리면서 도시 전체를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물들인다. 사진=남강유등축제이미지 확대보기
진주성과 남강 일원에서 10월 3일부터 18일까지 16일간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열리고, 10월 9일부터 18일까지는 올해 75회를 맞는 ‘개천예술제’와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등 진주를 대표하는 3대 가을 축제가 열리면서 도시 전체를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물들인다. 사진=남강유등축제


다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진주는 곧 남강유등축제를 맞고 개천예술제와 코리아드라마 페스티벌까지 가을 관광의 중심에 선다. 도시는 다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관광객이 진주에 들어오는 길은 누가 그리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토교통부는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부산과 거제, 통영을 잇는 체류형 관광권 구축에 2027년까지 국비 659억 원과 지방비 276억 원 등 총 935억 원을 투입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김해공항에 내려 부산을 거쳐 거제와 통영에서 숙박과 체험, 소비까지 이어지는 관광 동선을 국가 차원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지도에서 진주는 보이지 않는다.

경상남도는 부산·거제·통영을 먼저 추진한 뒤 진주와 사천, 남해, 하동 등 서부경남은 이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부경남의 중심도시이자 남강유등축제 등 전국적인 관광 콘텐츠를 가진 진주가 또다시 '다음 차례'가 된 것이다.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왜 진주는 결정적인 갈림길마다 한발 늦는가.

■ 길은 열렸지만 진주는 목적지가 되지 못했다


비슷한 장면은 이미 한 번 있었다.

2005년 진주~통영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서부경남은 관광 특수를 기대했다. 이동시간은 크게 줄었고 관광객이 지역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현실은 달랐다.

통영은 관광객이 15%, 거제는 22% 증가하며 남해안 대표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진주 역시 고속도로 개통 이후 중부권 관광객 유입과 일부 관광시설 회복 효과는 있었지만, 교통의 중심이라는 이점을 도시 전체의 체류형 관광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당시 삼천포에서는 더 절박한 경고가 나왔다. 고속도로가 통영까지 연결되면 관광객이 더 이상 삼천포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상권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민들은 "관광산업도 고속도로 개통으로 위기에 직면하면 삼천포는 허허벌판이 될 수 있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경고는 낯설지 않다.

관광객의 발길은 통영과 거제로 향했고, 삼천포 원도심은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 지금 진주 앞에 놓인 갈림길도 크게 다르지 않다.

■ 의회는 이미 3년 전 '통과 도시'를 경고했다


이 우려는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23년 6월 8일 진주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오경훈 의원은 도시계획과를 상대로 국토교통부 투자선도지구 공모를 거론하며 "진주시도 원래 공문을 발송할 준비를 했다가 철회한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오경훈 의원은 통영이 거점육성형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되면서 지방비 300억 원 투자에 LH 4,031억 원과 국가철도공단 2,234억 원 등 총 6,565억 원 규모의 개발 기반을 확보한 점을 언급하며 "진주도 더 욕심을 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그다음 발언이다.

그는 "의료나 관광 자체가 다 이전할 수 있고 여기는 통과하는 구간이 될 수 있다"며 "순천에 가서 구경하고 여수에서 숙박하는 것처럼 진주에 오더라도 통영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년 전 의회에서 나온 이 경고는 지금 김해공항 관광권 논의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 관광객은 많지만 돈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데이터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진주의 관광소비액은 3,266억원으로 거제 2,641억원, 통영 2,075억원보다 규모는 컸다.

하지만 정작 관광객이 돈을 쓰는 방식은 달랐다.

관광객이 지역에서 100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거제에서는 93원, 통영에서는 92원이 숙박과 음식, 체험 같은 관광 소비로 이어진다. 반면 진주는 72원에 그친다.

쉽게 말해 같은 관광객이 찾아와도 거제와 통영은 하룻밤을 묵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체험 프로그램까지 이용하며 돈을 쓴다. 진주는 많은 사람이 찾지만 상대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소비가 많다는 뜻이다.

170만 명이 찾는 남강유등축제를 가진 도시가 체류형 관광에서는 남해안 경쟁도시에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숫자가 보여준다.

■ 축제는 돌아왔지만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진주는 다시 축제의 계절을 맞고 있다. 하지만 축제가 돌아오는 것과 관광객이 머무는 것은 다른 문제다.

김해공항에서 진주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 사천공항을 어떤 역할로 활용할 것인지, 남부내륙철도가 열리면 진주를 어떤 거점도시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진주시청 관광진흥과와 진주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 관련 부서가 각각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관광객의 이동 동선을 설계하는 컨트롤타워는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행사는 많아졌다. 브랜드도 늘었다. 그러나 관광객이 왜 진주에 머물러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여전히 흐릿하다.

■ 세 번째 갈림길이다


20년 전에는 고속도로가 관광객의 길을 바꿨다. 지금은 김해공항을 중심으로 한 남해안 관광권이 그 길을 다시 그리고 있고, 곧 남부내륙철도까지 더해진다. 교통망은 세 번이나 바뀌고 있지만 진주는 여전히 변화의 중심보다 주변을 맴돌고 있다.

더 뼈아픈 것은 이런 장면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영은 거점육성형 투자선도지구를 따냈고, 진주시의회에서는 이미 2023년 "진주가 통과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 사이 정부는 부산·거제·통영을 먼저 연결하는 관광지도를 그렸고, 진주는 또다시 서부경남 '추후 확대' 대상이 됐다.

이쯤 되면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결정적인 갈림길마다 진주시는 한발 늦었다. 미래 관광의 판이 새로 짜일 때마다 먼저 길을 만들기보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모습이 반복됐다. 전국적인 축제를 가진 도시가 관광의 중심이 아니라 통과 도시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외부 환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세 번째 기회마저 놓친다면 책임은 교통망이 아니라 행정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왜 서부경남의 중심도시 진주는, 관광의 출발점이 아니라 늘 두 번째가 되는가?


이상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ngec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