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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랬더니 다시 돌아왔다…80만명 홀린 ‘부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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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랬더니 다시 돌아왔다…80만명 홀린 ‘부캉이’

3.5m 상어, 17일째 부산 북항 수로 체류…두 차례 구조에도 ‘귀환’
평소 하루 2000명 찾던 공원에 인파…부산시 명예홍보대사까지
부캉이, 무사히 바다로 돌아갈까.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부캉이, 무사히 바다로 돌아갈까. 사진=연합뉴스
부산역 앞 공원에서 사람들이 한 시간 넘게 기다리는 것은 상어의 등지느러미다. 양산을 편 시민들이 수면을 살피고, 기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여행 가방을 끌고 수로로 향한다. 부산 북항친수공원에 들어온 상어 ‘부캉이’가 발견 17일째인 4일에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까지 북항친수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5만2000명.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이후 누적 방문객은 80만명을 넘어섰다. 평소 하루 방문객이 2000명 안팎이던 공원이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26일에는 하루에만 14만명이 몰렸다. 평소의 70배다.

이날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야외주차장은 오전부터 만차가 돼 출입이 통제됐다. 주변 도로에는 공원으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불법 주차 차량이 뒤섞였다. 수로 주변 산책로와 보도교에도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인파가 몰렸다. 부산역에서 곧장 캐리어를 끌고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부캉이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18일이다.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경관수로에서 몸길이 약 3.5m의 상어가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무태상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형이 비슷한 종과의 구분을 위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만큼 종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부캉이’라는 이름은 공원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이 붙였다. ‘북항’에서 따온 친근한 이름이다. 처음에는 난데없이 나타난 야생 상어였지만 소셜미디어에 목격 영상과 관찰 위치가 공유되면서 순식간에 북항의 명물이 됐다. 수족관 유리벽 너머에서 보던 대형 상어가 일상적인 산책로 바로 아래를 헤엄친다는 낯선 풍경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상어 한 마리가 유명하게 만든 공간에도 사연이 있다. 북항은 1876년 개항 이후 오랫동안 항만과 물류 공간으로 이용돼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북항 재개발을 거쳐 2022년 일부가 공원으로 개방됐고 이듬해 11월 전면 개장했다. 개항 146년 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바닷가 공원이 개장 3주년을 앞두고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된 것이다.

부캉이가 오가는 경관수로는 길이 1.5㎞, 폭 3060m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낚싯바늘처럼 굽어 있고 양쪽 끝은 바다와 이어진다. 조수 간만에 따라 수심은 약 2.54m를 오간다. 바닷물이 드나들도록 만든 도심의 물길에 대형 야생 상어가 들어와 2주 넘게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인기는 수로 밖으로도 번졌다. 인근 편의점에서는 죠스바와 ‘아기상어’ 관련 상품 등 상어를 연상시키는 제품 판매가 늘었다. 부산시는 부캉이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고, 부산 동구는 총상금 700만원을 내걸고 북항 상어 캐릭터 공모전을 추진했다. 선정작을 기념품과 이모티콘 등에 활용하고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름을 둘러싼 ‘선점 경쟁’까지 벌어졌다. 개인들이 ‘부캉이’와 관련된 상표를 출원하자 부산시는 지난 2일 자체 상표 출원과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특정 개인이 이름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 지역 소상공인과 창작자들이 함께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상어에게 붙인 애칭이 불과 보름여 만에 도시의 관광·홍보 자산으로 커진 것이다.
하지만 부캉이의 체류가 길어지는 것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관찰 기간 부캉이의 뚜렷한 포식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계속 헤엄치고 있다고 해서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 구조 작업도 이어졌다.

2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대형 그물을 활용해 부캉이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일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에서 대형 그물을 활용해 부캉이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첫 본격 구조작업은 지난달 29일 진행됐다. 해경 등 관계기관은 선박과 워터펌프를 동원해 부캉이를 바다 쪽으로 유도했다. 물줄기로 진행 방향을 만들었지만 부캉이는 수로 가장자리와 선박 사이를 오가며 수로를 빠져나가지 않았다.

지난 2일에는 길이 50m, 높이 6.8m의 대형 그물이 투입됐다. 당국은 제4보도교 부근에 그물을 펼친 뒤 바다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부캉이가 그물 가까이 다가오면 멈추고 다시 거리가 벌어지면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물줄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울퉁불퉁한 수로 바닥에 그물이 걸리면서 작업은 멈췄다. 당국은 부캉이가 평소 머물던 구역에서 벗어나 출구와 가까워진 점에 의미를 두고 그물을 고정한 채 철수했다.

기대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이튿날 낮 만조로 수위가 높아지면서 그물 상단에 틈이 생겼고, 부캉이는 이를 넘어 다시 제4·5보도교 사이로 돌아왔다. 바다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온 것이 아니라 수로 안에 설치된 그물을 넘어 원래 활동 구역으로 복귀한 것이다.

당국은 결국 지난 3일 오후 그물을 철거했다. 추가로 몰아내기보다는 바다로 연결되는 길을 완전히 열어놓고 부캉이가 스스로 빠져나가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동 상황과 건강 상태를 계속 관찰하고 이상 행동이 나타나면 관계기관과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캉이가 왜 수로를 떠나지 않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먹이를 따라 들어왔다가 굽은 수로에서 출구를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수온과 조류, 먹이 분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특정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파가 커지면서 ‘관람 예절’도 새로운 문제가 됐다. 밤늦게 대형 랜턴이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수면에 비추거나 난간을 두드리는 모습이 알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야생 상어에게 강한 빛이나 소음으로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말고, 특히 먹이를 던지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상어 한 마리가 평범했던 도심 공원을 전국적인 명소로 바꾸고, 지역 상권과 캐릭터 사업까지 움직였다. 그러나 80만명이 기다리는 다음 장면과 구조 당국이 기다리는 다음 장면은 조금 다르다.

시민들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솟아오를 부캉이의 등지느러미를 기다린다. 당국이 바라는 것은 어느 날 그 등지느러미가 북항 수로에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바다로 무사히 돌아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