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동쪽에 있는 ‘스키드 로우’(Skid Row) 라는 지역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다. 50블록 정도의 좁은 지역에 창고, 저소득자를 위한 임대주택, 저렴한 호텔, 텐트가 들어서 있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자가 이곳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밀착 취재했으며 다음은 그 기사 내용이다.
‘스키드 로우’는 원래 임업 노동자들이 사는 동네를 이르는 호칭이었다. 재목의 운반전용도로를 영어로 ‘스키드 로드’라고 하는데 그 도로변에 노동자들이 사는 마을이 형성되었고 ‘스키드 로우’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후 대공황 시대가 되자 어디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통칭해 ‘스키드 로우’라고 부르게 됐다. 로스앤젤레스의 인구 5,000여 명이 있는 ‘스키드 로우’에는 길가에 노숙인 텐트가 늘어선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지게 됐다.
지난달 31일 이 ‘스키드 로우’에서 최초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이 마을에 수없이 존재하는 빈곤자 지원 단체 중 하나인 유니언 레스큐 미션(Union Rescue Mission)의 직원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전체에서도 이번 주 들어 코로나19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현지시간 5일 현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감염 확진자는 5,940명, 사망자는 132명이다. ‘스키드 로우’ 주민들에게 자선단체나 자원봉사단체는 귀중한 존재다. 살기 위해선 이들 말고는 의지할 존재가 없다는 사람도 많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도 특히 감염 ‘리스크’가 높은 ‘스키드 로우’와 그 주민들을, 수개월에 걸쳐 취재해 왔다. 바이러스가 여기까지 도달한 지금 마을은 지금부터 어떻게 되는 것일까. 로스앤젤레스에는 6만 명의 노숙자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 그중 2,5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 노숙자 중 무려 13%가 ‘스키드 로우’에 산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일상이 밀착접촉의 반복이다. 사람들은 좁은 장소에 밀집해 음식, 음료, 마약, 알코올, 현금을 일상적으로 주고받거나 공유한다. 공짜 식사와 기부된 생필품을 받기 위해 밀접하게 줄을 선다. 코로나19 감염력의 위력을 감안할 때, 한사람의 감염자가 나오면 곧바로 바이러스가 지역 전체로 퍼질 것 같은 모습이다.
최근에도 많은 사람이 충분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타인과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조금씩이나마 마스크 차림을 볼 수 있게 됐다. 대부분 손으로 만든 마스크다. 길가에서 책과 휴대전화 충전기를 파는 스테파니 아널드 윌리엄 씨는 헌 옷을 이용해 마스크를 꿰매기 시작했다. 그녀는 일할 때는 항상 활짝 웃고 있다.
현지시간 3일 ‘유니언 레스큐 미션’에서 4명의 감염자가 구급차 두 대에 실려 가는 것을 보았다. 그 몇 블록 앞에선 다른 구급차 안에서 호흡기 관을 코에 붙이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내가 인터뷰한 라토야 영 씨였다. 그녀는 38세 여성으로 HIV(에이즈) 감염자다. 구급대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인사만 나누고 그녀에게 “또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납시다”라고 말을 걸었다.
사진 촬영에 응해준 사람 중에는 자신이 면역계가 강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었다. “독감 같은 것 이겠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스키드 로우’에 5년째 살고 있는 이슬람교도 파티마(37세) 씨는 운명을 신의 손에 맡긴다고 한다. “기도하면 신은 응답해 줄 거야”라는 파티마 씨처럼 느끼는 주민은 많다.
군복을 입은 론 씨는 불안한 마음에 좌우 다리에 번갈아 체중을 실으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스키드 로우’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살았고 이곳에서는 가급적 오래 머물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선단체로부터 식사와 약을 받으러 와야 했다고 말했다. 화려한 무늬의 반다나를 마스크 대용으로 쓰고 있었다. 앞으로 군 방출품 가게에서 인공호흡기가 없는지 찾으러 갈 예정이라고 한다. 5~6년 길거리 생활을 해왔는데 “지금 유행하는 이 바이러스는 정말 무섭다. 심각성을 모르는 패거리들도 많지만 그런 놈들이 감염된다면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및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스앤젤레스 노숙자 서비스 기관은 노숙자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커뮤니티센터를 개방해 그곳에 갈 때까지의 버스를 운행한다. 간이식 화장실 거치대와 공중화장실도 곳곳에 설치했다.
나는 사회 한구석에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고 싶은 생각이 많다. 몇 년 전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한 뒤 ‘스키드 로우’를 알고 흥미를 느꼈다. 그전에는 아프리카 중부와 북부,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 주로 해외 분쟁 지역에서 취재를 해왔다. 하지만 딸이 태어난 이후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일을 제한하게 됐다.
처음 ‘스키드 로우’를 차로 지나갔을 때 수많은 텐트와 사람에 놀랐다. 미국이라기보다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있는 듯한 삶의 에너지를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여기서 사진을 찍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스키드 로우’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파괴적인 힘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전에, 나 자신이 이전 일로 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동네에서 잘 알려진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걸었다. 일주일에 몇 번인가 들르고 때로는 하루 종일 시내에서 지내면서 얼굴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지역도 있었다. 특히 마약 밀매상 등은 나를 경찰이나 혹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던 것 같았는데, 요즘은 경계심을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재 중은 가능한 한 자기 자신을 억제하고 상대가 먼저 접근하도록 노력했다.
‘스키드 로우’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오래돼서 이제는 갈 때마다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지역사회에 이런 유대를 느낀 것은 미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상처받아도 사람들은 서로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