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47.5% 유지·트럼프 방중 연기… 1년짜리 휴전의 '유통기한' 흔들
외자 기업 신규 설립은 19% 늘었는데 실제 투자금은 3년째 감소… 중국 개방의 역설
韓 대중 수출 3.8%·대미 수출 5% 동반 감소… 30년 중간재 공식 무너진다
외자 기업 신규 설립은 19% 늘었는데 실제 투자금은 3년째 감소… 중국 개방의 역설
韓 대중 수출 3.8%·대미 수출 5% 동반 감소… 30년 중간재 공식 무너진다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1992년 수교 이래 30년 넘게 유지하던 공식인 한국이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세계에 파는 구조가 2023년 대중 무역수지 첫 적자 전환을 기점으로 균열을 드러냈다.
그 중국이 22일(현지시각) 베이징 중국발전포럼(CDF)에서 "경제를 더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과 CNBC가 당일 보도한 이 발언은 지난해 사상 최대 1조2000억 달러(약 1800조 원) 무역흑자를 기록한 나라의 총리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그 진정성을 즉각 수긍하기 어려운 배경이 있다.
리창 총리 "외자 기업 내국 기업과 동등 대우"… 흑자 수치는 끝내 언급 안 해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22일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포럼 개막 연설에서 "고품질 외국 상품 수입을 늘리고 무역 구조를 최적화해 균형 잡힌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외자 기업을 내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그러나 연설 어디에도 1조2000억 달러라는 수치는 등장하지 않았다.
흑자 수치를 먼저 꺼낸 것은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총재였다. 그는 별도 연설에서 "중국은 상품 무역 최대 흑자국이지만 서비스 무역 최대 적자국"이라며 맥락 확대를 요구했고, "환율 절하로 무역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사도 필요도 없다"고 못박았다. 달러 대비 위안화 절하 논란을 정면 차단하는 발언이다.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 장관은 포럼 기간 미국 제약업계 단체 및 다국적 제약사 5곳 경영진을 따로 만나 "지식재산권 보호와 정책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기조연설에서 중국 협력업체들과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고, 삼성전자·폭스바겐·브로드컴·지멘스·바스프·노바티스 고위 임원들도 포럼장을 채웠다. HSBC홀딩스·UBS그룹·스탠다드차타드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포럼의 화려한 풍경과 달리 수치는 냉정하다. 중국 상무부 집계 기준 올해 1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 같은 달보다 5.7% 줄어든 920억 위안(약 20조11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9.5% 빠졌고, 그 전해엔 24.7%가 급감했다. 3년 연속 하강이다.
1조2000억 달러 흑자의 역설… 문은 열었는데 외자는 왜 안 들어오나
왜 이런 역설이 생겼을까. 중국에 본사를 둔 한 외자계 컨설팅사 관계자는 "투자 결정 자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한 번에 대규모로 집행하던 방식에서 단계적 소규모 분산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며 "이는 철수가 아니라 관망에 가깝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 새로 설립된 외국인 투자 기업 수는 7만392개로 전년보다 19.1% 늘었다. 자본 규모는 줄었지만 신규 진입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관심 자체는 살아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베이징은 이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투자 장려 업종 목록에 200개 분야를 추가했고, 올해 2월부터 발효된 개정 '외국인 투자 장려 산업 목록'에는 순증 205개 항목과 수정 303개 항목이 담겼다.
세금 감면과 토지 우선 사용권을 첨단 제조·현대 서비스·친환경·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제공하는 내용이다.
투자 감소의 구조적 배경에는 미·중 금리 차도 작용했다. 미국이 2022년부터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는 동안 중국은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그 결과 중국 내외자 기업들이 본사에 채무를 상환하거나 잉여이익을 본국으로 보내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외국인 직접투자 통계 수치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관세 47.5% 유지에 방중 연기까지… 한국 대중 수출 방정식 바뀐다
미·중 무역 긴장의 현재 좌표는 '휴전 중, 단 불안정'이다.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한국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1년간 고율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미국이 중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47.5%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과의 전쟁을 이유로 베이징 방문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양국 긴장 완화 수순이 다시 지연되는 모양새다.
이 흐름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파장은 중층적이다. 코트라(KOTR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한국 교역 총액은 전년보다 1.2% 늘어난 3312억 달러였다. 세부적으로는 중국의 대한국 수출이 1.1% 줄었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3.1% 늘었다.반도체 등 전자부품 수입이 중국 제조업 고도화를 뒷받침한 결과로 읽힌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 무역수지는 이미 구조 전환의 한복판에 있다. 수교 이래 31년간 유지하던 대중 무역흑자가 2023년 처음으로 18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중국이 배터리·전기차·반도체 장비 분야로 제조 역량을 고도화하면서 한국산 중간재를 빨아들이던 공급망 구조가 자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무역협회(KITA) 분석에서는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이 전년보다 3.8% 감소했고, 대미 수출도 5.0% 줄었다. 두 최대 시장이 동시에 악화된 것이다.
중국이 개방 약속을 얼마나 지킬지는 올해 10월 미·중 관세 휴전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게 무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리창 총리의 포럼 연설이 진정한 구조 전환의 출발점인지, 아니면 격화되는 글로벌 보호주의 압박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외교적 발신인지는 숫자가 증명해야 할 몫으로 남겨졌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