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사모대출 펀드 0.4% 손실·37억 달러 환매 폭탄…임원 사재까지 동원
AI發 소프트웨어 붕괴·JP모건 대출 조이기 겹쳐…국내 연기금·공제회도 촉각
AI發 소프트웨어 붕괴·JP모건 대출 조이기 겹쳐…국내 연기금·공제회도 촉각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수년간 '철옹성'으로 통하던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 균열음이 커지고 있다. 그 한복판에 세계 최대 사모대출 펀드가 서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2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블랙스톤(Blackstone Inc.)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 'BCRED'는 지난 2월 설정 이후 처음으로 장기 흑자 기록이 깨졌다.
단순한 숫자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1조 8000억 달러(약 2710조원)짜리 시장 전체에 드리운 구조적 위기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월가 안팎에서 힘을 얻고 있다.
37억 달러 환매 요청에 사재까지 털었다
순자산 830억 달러(약 125조원)로 세계 최대 사모대출 펀드인 BCRED는 지난 2월 한 달간 0.4%의 손실을 냈다. 2022년 9월 이후 처음 맛본 월간 마이너스다. 펀드가 2025년 한 해 동안 8%의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하면, 올해 1~2월 누적 수익률이 사실상 0%로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블랙스톤은 재무 어드바이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손실의 배경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공개·사모 시장 전반의 크레디트 스프레드(신용 위험 보상 금리) 확대, 그리고 소프트웨어 기업 메달리아(Medallia Inc.) 등 일부 투자 종목의 평가 손실이다.
메달리아는 사모펀드 운용사 토마 브라보(Thoma Bravo)가 보유한 고객서비스 소프트웨어 업체로, 블랙스톤은 지난 2월 이 회사에 제공한 대출의 장부 가치를 액면의 78센트 수준으로 낮췄다. 운용사마다 같은 대출에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기고 있어 업계 전반의 평가 투명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손실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환매 대응 방식이었다. 이번 분기 BCRED에 들어온 환매 요청 규모는 약 37억 달러(약 5조 5700억원), 펀드 순자산의 8% 수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블랙스톤은 기존에 설정된 순자산 대비 5%의 분기 환매 한도를 상향하는 한편, 회사 자금 4억 달러(약 6000억원)와 20여 명의 고위 임원이 사재를 보태 환매 요청에 응했다.
대형 자산운용사가 임원 개인 자금까지 동원해 환매를 막아선 것은 이례적인 조치로, 그 자체가 시장이 얼마나 날카로운 긴장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스톤 측은 "BCRED는 설정 이후 클래스 I 주식 기준 연환산 총수익률 9.5%를 기록하며 레버리지 대출 시장을 360bp(1bp=0.01%포인트) 웃도는 성과를 냈다"며 2월 손실에도 레버리지 대출 시장보다 0.4%포인트 앞섰다고 강조했다.
AI 쇼크가 당긴 방아쇠, JP모건이 틀어막은 수도꼭지
BCRED의 손실은 결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1조 8000억 달러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서 비슷한 균열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Inc.)의 HPS 기업대출펀드(HLEND)는 투자자들이 12억 달러(약 1조 8000억원) 환매를 요구하자 5% 한도를 채워 환매를 막았고, 블루 아울(Blue Owl Capital)은 16억 달러(약 2조 4000억원) 규모 OBDC II 펀드의 분기 환매를 전면 중단했다.
클리프워터(Cliffwater LLC)와 모건스탠리도 자사 펀드 환매를 제한하면서 업계 전방에 경보가 켜진 상황이다.
이 사태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인공지능(AI)이다. 오픈AI와 앤스로픽 같은 AI 기업들의 잇따른 모델 업데이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사업 모델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사모대출 시장의 핵심 차주인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가치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제결제은행(BIS) 소속 선임 이코노미스트 세바스티안 되르(Sebastian Doer)는 "AI가 전통적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사업 모델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를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약 30%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에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 Co.)가 수도꼭지를 잠갔다. JP모건은 사모대출 펀드들이 담보로 제공한 소프트웨어 기업 대출 자산의 가치를 낮추고, 해당 펀드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사모대출 업계에서 '백 레버리지(back-leverage)'라 불리는 이 구조는 펀드들이 보유 대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자금을 빌려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인데,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 빌릴 수 있는 돈도 줄어든다.
월가에서는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선제적으로 고삐를 죄면서 다른 은행들의 추가 동참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에 따르면 미국 사모대출 부도율은 9.2%로 사상 최고치에 올라섰다. 공개 신디케이트론 시장의 부도율 4.5%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연금도 발 담근 시장…한국에 남은 과제
이 사태는 한국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글로벌 사모대출 펀드에 포트폴리오의 한 자릿수 후반 수준까지 비중을 두고 있으며 북미 운용사 펀드에 상당한 자금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공단도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과정에서 사모대출 관련 상품에 일정 부분을 투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운용사 대표는 "선진국 시장에서 포화 조짐이 나타나면서 해외 운용사들이 아시아, 특히 한국까지 세일즈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며 "과거 해외 부동산 오피스 투자가 그랬듯 높은 수익률만 보고 접근하면 오히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의 마크 로완(Marc Rowan)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개 발언에서 "사모 시장에 대규모 재편이 닥칠 것이며,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헤지아이(Hedgeye)의 금융 분석가 조시 스타이너(Josh Steiner)는 "사모대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은행들은 2008년보다 훨씬 잘 자본화되어 있어 시스템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PIMCO·핌코)의 크리스천 스트래크(Christian Stracke) 대표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사모대출 시장이 수년간의 공격적 대출과 느슨해진 심사 기준에 대한 '청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1년 1월 설정된 BCRED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맞닥뜨린 월간 손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정표다.
'고수익·저위험'이라는 신화를 등에 업고 빠르게 몸집을 불려온 사모대출 시장이, AI 충격과 유동성 구조의 근본적 한계 앞에서 얼마나 단단한 내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본격 시험대가 지금 막 열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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