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부터 와이어카드를 감사해 온 EY는 와이어카드의 19억 유로(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회계부정 파문의 중심에 서게 됐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EY가 2016~2018년 사이 와이어카드가 거액의 현금 보유 사실을 싱가포르의 OCBC은행과 확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EY는 제3자 수탁자와 와이어카드 자체에서 제공한 문서와 스크린샷 자료를 참고했다.
타 감사기관의 한 고위 감사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잔액에 대해 독립적으로 검토하는 일은 회계감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와이어카드 담당 회계감사 법인인 언스트앤영(EY)은 감사 결과 와이어카드가 계좌에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현금 19억 유로(약 2조6000억 원)의 행방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와이어카드 경영진이 감사 결과에서 '어디 있는지 파악되지 않은' 현금 19억 유로(약 2조5600억 원)는 필리핀의 은행 두 곳에 보관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벤저민 디오크노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가 성명을 내어 "이 돈이 필리핀에 들어온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두 은행은 이 회사의 외부 감사기관인 회계법인 언스트영(EY)이 받았다는 계좌 잔고 서류는 조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돈을 보관한 은행으로 거론된 비디오유니뱅크(BDO)와 필리핀군도은행(BPI)도 와이어카드의 계좌가 자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와이어카드는 19억 유로는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19억 유로는 회사 전체 대차대조표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회계부정 의혹을 처음 제기하면서 회사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FT는 와이어카드 싱가포르 사무소가 위조 계약을 통해 수익을 부풀렸고, 또 다른 직원이 두바이와 더블린 자회사에서 매출과 수익을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18년간 와이어카드를 이끌던 마르쿠스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사임했고, 23일 분식회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독일 민간 회계 전문가로 구성된 재무보고서집행패널(FREP)은 와이어카드의 대차대조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와이어카드에 대한 투자를 이끌었던 소프트뱅크 임원 악셰이 나헤타(Akshay Naheta)는 지난주 트위터에 "EY가 보여준 역량과 책임의식 부족에 완전히 당황했다"며 "모든 이해 관계자, 채권자 및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직으로서 공공 및 민간 기업 모두에서 신탁 의무 이행에 실패했다"고 적었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