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동양인 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은 지난 1일 국내 개봉 첫날 14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2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샹치’는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코로나 19로 침체된 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정작 해외 핵심시장인 중국에서는 개봉이 불투명하다.
‘샹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최초로 중국에서 배급 허가를 받지 못한 작품이며, 중국에서 개봉되지 않은 두번째 영화다. 근본적인 논란은 영화의 캐스팅과 ‘샹치’의 원작 만화 시리즈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샹치’가 이번 주말 미국과 캐나다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중국은 거대한 핵심 영화 시장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중국은 연간 86억7000만달러(약 10조 269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리며 세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인기 있는 영화의 개봉이 지연되는 경우, 종종 불법 복제에 노출되기도 했다.
박스오피스닷컴(Boxoffice.com)의 수석 분석가인 션 로빈스는 “마블은 거의 모든 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매력적인 프랜차이즈로, 국제 흥행의 상당부분은 중국이 창출하는 티켓매출 덕분이다”고 말했다. 로빈스는 “마블 영화의 전세계 수익의 10~20%는 바로 중국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블 초기에는 중국이 전체 박스오피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에 불과했지만, 2013년 이후 중국에서 꾸준히 박스 오피스 매출의 10~20%를 차지했다.
디즈니는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위해 같은 주말 미국과 중국 관객을 대상으로 개봉 일정을 잡았다. 그 결과는 영화 역사상 개봉 첫 주말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상영 기간 동안 매출의 22%가 중국에서 나왔다.
컴스코어의 수석 미디어 분석가는 “지난 10년간 중국의 영화 시장 성장은 인상적이었다. 2012년 이후, 수익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3배가 되었고, 이는 많은 미국 블록버스터들의 주요 목적지가 되었다”고 전했다.
‘샹치’는 아직 중국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모든 외국산 영화가 검열을 통과해야 현지에서 배급할 수 있다.
중국은 콘텐츠에 대한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침해하거나, 국가주의적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것은 무엇이든 억압한다. 최근에는 좀 더 ‘애국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방송사들에게 ‘잘못된 정치 입장’과 여성적인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등 자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단속을 확대했다.
‘블랙위도우’는 중국에서 상영 허가를 받았지만, ‘블랙위도우’ 개봉일과 중국의 정전 기간이 겹쳤다. 중국에서는 7월에 영화관을 현지 프로덕션에 개방하고, 외국 영화의 상영을 내린다. 올해 중국 외 영화의 편성은 집권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더욱 영향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모든 미디어는 수 개월에 걸친 검열이 이루어졌다.
안타깝게도 ‘블랙위도우’는 스트리밍을 통한 불법 복제가 만연해 중국에서는 상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박스오피스 분석가들은 ‘샹치’가 원작 때문에 개봉 예정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 영화의 기반이 된 만화책은 인종차별적이고, 혐오스러운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영화의 묘사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중국 극장가에서 상영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마블의 새로운 영화 ‘이터널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있지만 거절 이유는 사뭇 다르다. ‘이터널스’는 중국에 대한 과거 발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며, 중국에서 최근 평판이 나빠진 클로이 자오가 감독을 맡았다. 자오의 발언으로 인해 본인의 이름과 업적들은 중국 웹에서 지워지게 되었다.
이로써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중국 극장가를 강타할 유일한 마블 영화로 남게 되었다. 지난 스파이더맨 시리즈 2편의 영화는 모두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1억1750만 달러(약 1360억 원), 2억490만 달러(약 23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는 각각 전체 박스오피스 수익의 13%와 18%를 차지한다.
중국에서 개봉이 불투명한 ‘샹치’와 ‘이터널스’ 대신, 12월에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이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de.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