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는 오는 25일까지 미국 은행에 거래 결제 허가증을 내주기로 했고, 실제로 러시아는 그동안 몇 번의 디폴트 위기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그 시한인 25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향후 며칠 내에 이 허가 기간을 다시 연장할지 결정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 안팎에서는 러시아를 디폴트에 빠뜨릴지를 놓고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25일 이후에도 한시적으로 러시아가 국채 쿠폰을 상환할 수 있게 하면 미국인을 비롯한 러시아 채권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 또 러시아가 상환금으로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와 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러시아의 보유 외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로 상환금을 송금하지 못하면 소송전으로 맞설 것이기 때문에 이런 소송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찬성파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다시 러시아 디폴트 사태를 막아주면 러시아의 금융 숨통을 죄는 서방의 전략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면서 이번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고 있어 서방이 이런 러시아에 허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에 러시아의 상환금 결제를 거부하면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이와 유사한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달러화와 유로화가 아닌 루블화로 국채 쿠폰을 송금하면 이는 계약 위반이어서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디폴트에 빠진다.
러시아의 외채 규모는 400억 달러가량이고, 이중 외국 채권자의 비중이 약 절반가량이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약 6,400억 달러의 보유 외환이 있었으나 이중의 절반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로 동결됐다.
또한 디폴트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보유한 채권자가 신용파생상품 결정위원회(CDDC)에 CDS에 대한 평가를 요청할 수 있다.
러시아 채권 보유자의 25% 이상이 이자나 상환금을 받지 못하면 채권자들이 이를 강제 집행하도록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통상적으로는 법원 판결에 앞서 채무자와 채권자가 협상을 통해 새로운 채권 발행 등에 합의하게 된다. 그렇지만,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이런 협상이 불가능하다. 러시아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으면 채권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고, 국제 금융계에서 고립된다.
러시아는 애초 4월 4일 만기가 도래한 채권 상환금을 제때 내지 못했고, 1개월간의 유예 기간이 끝나는 5월 4일 전날에 이 돈을 채권자에게 송금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