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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의존도 줄이려 '새 가치동맹'…반도체·배터리 강국 한국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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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의존도 줄이려 '새 가치동맹'…반도체·배터리 강국 한국엔 기회

중국은 미국 소비자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동맹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미국 소비자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동맹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은 11%만이 자국 내에서 제조가 이루어지고 나머지 89%는 해외에서 제작된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소비되는 구조다. 미국은 서비스 국가로 확실하게 경제사회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미국의 제조시장은 과거 일본과 독일이 주로 담당하던 것이 중국이 세계화 대열에 합류한 이후 값싼 노동력과 점차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이제 미국 소비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서 오는 소비제품들이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미국의 소비시장은 멈춘다. 미국의 중국 의존은 너무 심하다. 당장 대체할 수 있는 공장이 없다. 대안이 있지만 중국산에 비해 너무 비싸다. 미국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급격히 낮아지면 정치는 불안해진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에게는 일상이 된 커피 소비 관련 작은 머그잔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미국 시장에서 사용되는 유효성분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생산된다. 복제약의 거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미국은 왜 미국과 사회적 가치를 거의 공유하지 않고 동일한 정치 체제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에 그토록 터무니없이 의존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 다국적 기업의 저비용 생산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에 미국은 미국을 희생해 중국을 제조 허브로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게 기회를 줘서 중산층이 많아지면 공산당 엘리트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기업들이 더 비싸지는 노동 대가를 지불하고는 글로벌 및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국내 노동력 대안적 모델로 해외가 부상했다. 해외에서는 노동 분쟁도 미국에서만큼 심하지 않았다. 고용의 어려움도 없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고,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집권 당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미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절정에 달했다.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동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었다. 이는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위력을 갖도록 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미국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고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의류와 같은 저숙련 고노동력 산업에서 그 다음은 전자 제품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제조공장이 되었다.

중국에게 다른 경쟁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훨씬 저렴했고 노동법 역시 훨씬 약했다. 이것이 중국이 다른 나라를 앞선 이유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산업 전반에 걸쳐 미국은 물리적 제품의 혁신을 유지하는 공동 R&D, 엔지니어링 및 제조 역량을 상실했다. 수십 년가 이어진 아웃소싱 생산으로 인해 미국은 차세대 첨단 제품 생산은 고사하고 혁신할 수단이나 능력을 잃었다. 공급자, 숙련된 무역, 그리고 직접 생산을 통해서 구축 및 갱신할 수 있는 제품 및 프로세스 설계 및 엔지니어링 지식이 사라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운동화와 플러그인 헤드폰 같은 값싼 부품과 소비재뿐만 아니라 고급 전자 제품, 주요 의약품 및 의료 장비, 방산 용품 등을 외국 공급업체 및 생산자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게 나쁜 이미지가 쌓여 있을 때 중국이 일본이 가지고 있던 미국 시장을 가지고 갔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중국인은 일본이 한 일을 더욱 더 심각한 지경으로 몰아갔다.

생명공학과 함께 블록체인, 인공지능, 로봇공학, 반도체, 칩 제조 기술 등의 첨단분야로 기술력을 확대한다는 중국의 2025년 계획은 러시아가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것과 같은 충격을 미국에 주고 있다.

냉전 전성기에 스푸트니크 계획은 워싱턴에게 우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도록 강요했으며 궁극적으로 케네디는 인류를 달에 착륙시키는 데 국가의 초점을 맞추었다.

이제 미국은 과거 소련에 대응한 것처럼 중국에 대응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필수 제조산업의 국내 육성 내지 해외로부터의 투자를 유도하고 국내 지식 근로자의 수준을 격상시키려 한다.

미국이 구축한 세계화의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한다. 당장 이는 불가능하기에 의존도가 낮은 것부터 대안이 있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이 담당하는 미국 제조시장 소비공급 50%를 이제 다시 제품의 수준에 따라 인도, 베트남, 멕시코, 일본, 독일, 한국에 넘기려고 할 것이다. 이는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고부가 제품도 좋고 중급 기술이 요구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경쟁력이 있다면 미국에 수출시장이 열릴 것이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최첨단 고급기술은 결코 중국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WTO는 이미 세계 각국이 에너지, 식량, 교역 등 자국 이해에 따라 미, 중 갈등으로 촉발된 공급망 재편에 편승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러 블록으로 분열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가치관 공유 국가간 공급망을 구축해 자유무역을 실현하는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미국은 시간을 두고 미국 경제와 국민에게 부담을 최대한 완화하면서 중국 의존을 줄이고 가치동맹 위주로 부분적 세계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우리는 미국이 말하는 ‘프렌드 쇼어링’ 의미를 되새기고 급변하는 세계질서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