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해온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현실적인 외교 해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1월 출범한 이후 북한과 접촉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미국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가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외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YT 안보전문 칼럼니스트인 W. J. 헤니건은 29일(현지시각) NYT 오피니언 섹션에 올린 글에서 “북한은 이미 약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며 “이란이 아직 핵무기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공습을 받은 것을 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무기가 자신의 정권과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보루라는 확신을 더 굳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군사 행동도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헤니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기존 접근법은 현실성이 없으며 미국의 대북 외교를 수십년간 실패로 이끌어온 원인”이라며 “이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그 대가로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새로운 외교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무기 생산시설은 이미 전국적으로 분산돼 있고 상당수는 지하에 있으며, 이를 군사력으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속 가능한 외교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무기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헤니건은 또 “북한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미국의 기존 정책은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인 현재의 북한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과거 소련 붕괴 이후 무기를 포기한 구소련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고 이처럼 규모 있는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폐기한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정책 전환을 시도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반발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과 같은 접근을 계속한다면 북한의 핵전력은 앞으로 수백 기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헤니건은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와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위성 분석 자료를 인용해 평양 인근 강선, 영변, 풍계리, 함흥, 서해 등 북한 내 핵무기·미사일 생산 및 시험 시설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짚으며 “북한은 이제 수십 개의 핵·미사일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해마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