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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집값 급등시킨 결정적 원인은 재택근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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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집값 급등시킨 결정적 원인은 재택근무 확산

미국의 주택 매물 안내판. 사진=로이터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주택 매물 안내판. 사진=로이터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
미국의 주택 가격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히 믿을만한 분석은 아직 없는 실정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기존주택의 중위가격은 39만1200달러(약 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까이 급등했다.
매우 다양한 요인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같은 현상의 뚜렷한 배경을 꼽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음에도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것을 놓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가 최근 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빈집이 많이 늘고 임대료도 내려간 상황에서 집을 구하는 일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주택시장이 매우 이상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

다만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주택 공급량은 이에 미치지 못한, 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정도가 그나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널리 확산된 재택근무 문화가 미국 주택가격 급등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들이 모여 미국의 경제상황을 연구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펴낸 보고서의 결론이다.

◇재택근무 직장인 대이동→주택 수요 급팽창


미국의 주택가격 추이. 사진=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주택가격 추이. 사진=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

21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NBER은 최근 펴낸 ‘주택 수요와 재택근무의 관계’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서 “코로나 사태로 급확산된 재택근무 문화는 미국인의 직장생활 방식을 바꾸는데 그치지고 않고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재택근무 관련 통계와 부동산 가격 통계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미국인의 42.8%가 풀타임이든 파트타임이든 재택근무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2019년 12월과 비교해 지난해 11월 미국의 주택 가격은 무려 23.8%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던 일로 이는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직장인이 급증했고 그 결과 주택 수요가 급팽창하면서 주택 가격과 임대료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투기 수요 때문에 주택 가격에 거품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재택근무제가 널리 확산된 결과 부동산 시장의 흐름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뜻이다.

◇NBER “투기 수요보다 부동산시장 펀더멘털 바뀐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존 몬드래곤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고문과 요하네스 빌란트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경제학 교수는 “투기 수요에 따른 가격 거품이 발생했다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펀더멘털이 코로나 국면에 주택 가격을 크게 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제가 널리 보장되기 전에는 회사로 출근하기 편한 곳 또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근무 지역에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평소 희망했던 또는 새로 관심을 갖게 된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직장인이 급증했고 그 결과가 주택 수요를 크게 늘렸고 그 결과가 주택 가격 급등으로 나타났다는 것.

미국 부동산정보업체 레드핀의 테일러 마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이같은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지난 2년 관련 통계를 예의주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재택근무제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직장인의 대이동이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면서 “NBER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은 최소한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 직장인들이 다른 지역에서 새롭게 터전을 마련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레드핀에 따르면 재택근무 덕분에 지난 2년간 거주지를 옮긴 직장인의 비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직장인의 대이동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미국의 주택 재고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오히려 50% 이상 급감하는 일이 겹치면서 주택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