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킹달러' 여파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확산…달러 강세로 경쟁 통화 약세

공유
0

'킹달러' 여파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확산…달러 강세로 경쟁 통화 약세

미국 100달러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100달러 지폐. 사진=로이터

한때 신흥국 시장에게나 익숙했던 수십년만의 달러화 강세 여파가 선진국 경제로 확산,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미 연준이 거의 30년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로 들어서면서 강화된 달러화로 경쟁국 통화가치를 하락시키고, 경쟁국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등 금융 여건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에너지 위기와 치솟는 소비자 물가가 유럽 경제를 압박하는 것처럼, 일본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고 있으며, 그로 인한 대출 비용의 증가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주택 시장을 냉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여파가 달러 강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이며, 단기적으로 완화될 전망도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준 긴축으로 인한 글로벌 파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신흥국보다 선진국 통화에 대한 심각한 달러 강세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고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높아지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불안 요인으로 안전 자산 달러화로 도피와 더불어 온다"며 "이러한 긴축 재정 상황은 모든 선진국 경제를 둔화시킨다"고 말했다.

연준의 선진국 대비 무역 가중 달러 지수는 올해 10% 급등해 2002년 이후 가장 강세를 보인 반면 신흥시장 수치는 더 완만한 3.7% 상승했으며 2020년 대유행 이후 최고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실적이 나쁜 통화 중 일부는 스리랑카 등 개발도상국 통화인 반면 브라질 헤알화, 러시아 루블화 등 원료 지원 통화의 가치가 신흥국 그룹을 뒷받침했다.

게이오대 교수인 시라이 사유리 전 일본은행 이사장은 "정책금리 인상만으로 다른 나라들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을 가능성은 낮다"며 현재의 달러 강세는 올해 연방기금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 즉 미국 고정소득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예상보다 큰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패리티 이하로 떨어지는 동안 기록적인 0.75% 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함에 따라 그 난제는 앞으로 몇 일 안에 설명될 것이다. 캐나다 은행도 같은 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호주 준비은행은 또 다른 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영국에서는 영국 은행이 파운드화를 1985년 이후 최저치로 끌어내린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에 직면하면서 9월 15일에 더 긴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엔화 역시 2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대한 통화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노선을 고수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의 전환은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통제하게 되었다고 할 때 비로소 나올 수 있다.

약 1년 전 연준이 긴축 모드로 전환할 것이 확실해진 이후 선진국 통화는 적어도 신흥국 통화만큼 고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금융전문가들이 추적한 31개 주요 환율에서 주요 통화 가운데 튀르키예(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각각 -26.87%와 -26.17%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하락률이 높은 통화는 헝가리 포린트화(-19.68%), 일본 엔화(-17.92%), 스웨덴 크로나화(-16.04%), 영국 파운드화(-14.95%), 폴란드 즈워티화(-14.94%) 순이었다.

한국 원화는 12.75% 떨어져 낙폭이 8번째로 컸다.

반면, 달러화 대비 가치가 상승한 주요 통화는 러시아 루블화(+23.23%), 브라질 헤알화(+7.85%), 페루 페소화(+3.10%), 멕시코 페소화(+2.93%) 등 4개였다.

달러화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유로화의 정책을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인플레이션 경로에서 유로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크게 인식시켜주고 있다. 특히 글로벌 상품 가격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위원은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인플레이션 경로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이전 연구에 대해 "에너지 공급 쇼크가 있는 이 특별한 상황에서 환율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달러와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인 일본 엔화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143엔 선을 넘어 급등한 이 통화는 1998년 미국과 공동행동을 벌였던 146엔 선에도 멀지 않다. 그것은 또한 구로다 총재의 목표치인 2% 인플레이션을 훨씬 상회하는 3%를 넘어설 가능성을 높인다.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최근의 공급 주도의 소비자 가격 상승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엔화의 급락으로 치솟는 에너지와 수입 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가계와 기업은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 등 관계자들도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더 크게 우려하는 점은 자국 경제가 미국 경제도 더 취약해 보이기 때문에 자국 국내 금리 인상으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방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운드화는 영국중앙은행이 연준을 앞지르기 위해 6개월 이내 4.25%를 넘어 미국의 4%를 초과할 것이라고 베팅하는 등 스왑 트레이더들이 가격을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3월 최저치를 넘어설 위기에 처해 있다.

많은 신흥국들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느끼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더 확충된 외환보유액과 연준에 앞서 선제적 금리 인상 움직임 덕분에 연준의 상승 사이클을 전반적으로 더 잘 견뎌내고 있다.

칠레와 인도와 같은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개입을 했고, 이는 선진국의 경우 정치적으로 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안심시킬 한 가지 방안은 연준의 긴축 속도에 김을 뺄 수 있고, 더 나아가 달러 약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미국 경제의 둔화라고 볼 수 있다.

9월 20-21일 연준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폭은 오는 13일에 발표될 소비자 물가에 대한 최근의 월별 발표치에 강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한동안 긴축 정책을 이어갈 필요성과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만수르 모히우딘 싱가포르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계속 과도하게 상승하면 선진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이 문제가 첨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국내 자산시장이 급락하고 성장세가 흔들리고 있음에도 올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