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고금리, 고물가 사태가 계속되고 있고, 주거비가 폭등했다. 당장 현재와 미래가 불안한 미국인에게 ‘욜로’는 사치이다. 그런 미국인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모두 미루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젊은 미국인들이 주택 매매, 이사, 전직, 자동차 구매, 결혼, 출산 등 중요한 결정을 모두 미루면서 웅크리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젊은 층의 주택 구매도 급감했다. 5일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가 전주 대비 14.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주 대비 17.9% 감소했던 2020년 8월 4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MBA가 발표하는 30년 모기지 금리는 6.75%로 전주(6.52%)보다 상승했다.
이사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년 사이에 미국인 중에서 거주지가 바뀐 사람의 비율은 8.4%로 나타났다. 이는 1948년 이후 최저치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지적했다.
미국의 출산율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에 태어난 신생아가 366만여 명으로, 2020년 신생아보다 4만 6000명 늘었다. 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1.66명으로 전년도 1.64명보다 약간 늘었다. 그렇지만 팬데믹 기간에 출산율이 대체로 크게 줄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주택뿐 아니라 자동차와 같은 대형 소비재 매매도 줄어들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 이자가 올라 구매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미국 은행의 2분기 예금이 직전 분기 대비 4년 만에 감소했다. 이 기간 예금 감소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으로 미국인이 저축을 찾아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자국 내 은행에 예치된 예금 액수가 2분기 말(6월 말) 19조 5630억 달러로 직전 분기(1분기 19조 9320억 달러)보다 약 3700억 달러(약 514조 원) 줄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은행 예금 액수가 직전 분기보다 줄어든 건 2018년 2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자발적 퇴직자는 7월에 410만 명이었으나 8월에 420만 명으로 다시 약간 증가했다. 자발적 퇴직 비율은 7, 8월에 모두 2.8%로 집계됐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7월 직장인의 전직 비율은 4.1%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5.9%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