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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EU파'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취임…"이탈렉시트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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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EU파'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취임…"이탈렉시트 가능성 낮아"

브렉시트 후 英 정계 혼란 '반면교사'…270조원대 EU 지원금 무시 못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방안 시급…우파 연립 정권 파트너들도 '걸림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 사진=AP통신·뉴시스
국수주의·극우 성향을 띈 정치인으로 알려진 조르자 멜로니가 이탈리아 총리로 취임했다. 그녀는 한때 반 유럽연합(EU)을 주요 기치로 내세웠으나, 이탈리아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이탈렉시트'를 실제로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 9월 25일 이탈리아 의회 총선거에서 상·하원 모두 최다 의석수를 확보한 '이탈리아 형제들(FdI)'의 당수 조르자 멜로니는 현지 시각 22일 오전 10시(한국 시각 오후 5시), 대통령 관저에서 취임식을 갖고 24인의 장관 목록을 발표했다.

멜로니 정권의 정식 출범을 위해선 이탈리아 의회의 신임 투표라는 과정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FdI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하원 400석 중 237석, 상원 200석 중 115석으로 과반을 확보해 투표가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다. 그녀가 2014년부터 대표를 맡아온 이탈리아 형제들은 친무솔리니계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후신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반대파들로부터 '여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총리'란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펙셀(Pexels)이미지 확대보기
사진=펙셀(Pexels)

멜로니 총리는 당 대표 시절 반 유럽연합(EU)·반 이민·반 난민·반 동성애 등 국수주의, 극우적 비전을 여러차례 내비쳐왔다. 이 때문에 그녀가 총리로 확실시된 시점부터 '이탈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여러차례 제시됐다.

연합뉴스는 EU가 이탈리아에 제공하기로 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구호기금 문제를 거론하며 "그녀가 집권한다 해도 빠른 시일 안에 반EU 노선을 취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멜로니의 전임자인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6월, EU정부와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지원받는 내용의 결의안을 합의했다. 해당 계획안은 EU가 향후 2026년까지 총 1915억유로(약 270조원)을 이탈리아에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프랑스 매체 월드 크런치 역시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정계에 닥친 혼란을 이탈리아 정계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조르자 멜로니의 집권은 실질적으로 EU에 커다란 위협이 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영국에선 2016년 '브렉시트'가 국민 투표로 결정된 후 테레사 메이 신임 총리가 이 과정을 주도했으나 끝내 브렉시트 마무리에 실패했다. 이후 브렉시트 마무리를 맡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임기 3년만에, 후임 총리 리즈 트러스는 불과 44일만에 총리직 사임을 선언했다.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리시아 론줄리 상원의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 사진=AP통신·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리시아 론줄리 상원의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조르자 멜로니 신임 총리,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 사진=AP통신·뉴시스

새로운 정권 앞에 놓인 다양한 과제들 역시 '이탈렉시트'와 같은 큰 변화를 추진함에 있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멜로니 신임 총리의 중요한 과제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 우파 연립 정권에 대한 리더십 검증 등이 지목된다.

이번 총선에서 이탈리아 형제들(FdI)과 연립한 전진 이탈리아(Forza Italia)와 동맹(Liga)은 각각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라는 거물들이 이끈 정당이다. 이들은 모두 SNS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을 칭찬하는 등 '친 러시아'적 성향을 보여왔다.

이탈리아 공영 방송 라이뉴스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가 이날 취임식에서 공개한 24인의 장관은 FdI 소속이 9명, 전진 이탈리아와 동맹이 각 5명, 기타 5명으로 구성됐다. 반대 정당과의 사이를 중재할 온건파 장관은 1명도 없었다.

스테파노 스테파니니 전직 이탈리아 외교관은 현지 매체 '라 스탐파'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경제적 문제는 물론 이탈리아 내외의 보안 문제, 미국과의 외교 문제 등이 첨예하게 얽혀있는 난제"라며 "멜로니 신임 총리에게 있어 '리트머스 시험'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했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 의회 의장은 멜로니 총리에 대한 당선 축하사서 "유럽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을 비롯해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EU에게는 이탈리아가 필요하며, 많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