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사우디, '80년 우방' 관계 끊어지나

공유
0

미국·사우디, '80년 우방' 관계 끊어지나

사우디와 미국의 동맹관계가 냉각되면서 페트로 달러도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와 미국의 동맹관계가 냉각되면서 페트로 달러도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여러 차례 증산할 것을 요청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증산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에서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단행했다.

이는 사우디가 미국의 이익보다는 산유국으로서 시장 패권을 지키고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한 정책적 결단이다.
그 이면에는 사우디는 미국 등 서방이 그 어떤 이유에서든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며, 이란과의 핵 합의에 대해서도 미국에 경고한 것이다.

사우디와 미국은 다중적인 딜레마 상태에 빠져 있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사우디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 사우디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과의 핵 합의 복원도 추진하려고 한다. 반대로 사우디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적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미국과 사우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석유와 안보를 교환하며 80년간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미국이 셰일오일 혁명 이후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서로의 협력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미국에서 석유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서 중동 석유 수입량도 대폭 줄었다. 과거 미국이 사우디의 석유를 대량 구매했을 때 사우디가 미국의 채권을 매입했던 것은 자연스러운 달러 순환을 위한 전략이었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점차 부자연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안보와 경제를 교환하며 유지됐던 미국과 사우디의 밀월 관계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이 사우디 안보에 최대 위협이 되는 이란과의 핵 합의를 계속 추진하면서 페트로 달러의 의의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미국이 사우디의 안보를 지키지 않고 있는데 사우디가 페트로 달러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사우디는 그에 대한 답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 2016~2021년 중국의 대사우디 무기 수출 규모는 2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무기 수출 규모인 140억 달러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사우디는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협력국인 동시에 중동지역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2020년 양국의 무역 규모는 약 67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사우디와 미국의 무역 규모는 28억3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사우디가 페트로 위안을 고려할 만한 이유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