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달러' 위상 흔들린다

페트로 달러 체제란 석유를 달러로만 구매하는 시스템으로, 미국과 사우디가 1970년대 석유와 안보를 교환하는 비밀협약을 맺은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세계 원유 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고 있는데, 미국은 그동안 페트로 달러의 힘으로 엄청난 누적적자에도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페트로 달러의 위기는 러시아 에너지가 러시아 루블화 등으로 결제되고, 중국이 석유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페트로 위안'을 추진하면서 찾아왔다. 시진핑 주석은 12월 열릴 아랍국가 간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최근 잇달아 나왔다. 이 같은 보도가 현실로 이뤄질 경우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가들은 전한다.
중국은 사우디 석유의 25%를 구매하고 있는데 만약 중국이 석유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한다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중국이 페트로 위안을 추진한다는 말은 많이 나왔지만, 지금처럼 페트로 달러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은 없었다.
사우디는 왜 전통적으로 80년 동맹인 미국과 등을 돌린 채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셰일오일 혁명을 거치며 에너지 패권을 가지게 되었다는 데 있다.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해진 미국 때문에 사우디의 가치는 급락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반감이 커졌다. 핵심적 사안인 안전보장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 지원 중단, 이란과의 핵 합의 시도,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을 보면서 미국을 향한 의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우방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사우디 석유의 약 25%를 구매하는 중국은 가장 적합한 파트너다.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는 사이 페트로 위안을 통한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페트로 달러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 미국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키는 등 경제적으로 제재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러시아산 석유 또는 천연가스를 루블화로만 판매한다고 선언했다. 중국·인도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루블화로 에너지를 구매해 갔다. 심지어 독일과 영국 등 유럽국가들도 은밀히 러시아 석유·가스를 루블화로 구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페트로 위안을 시도하고 있고, 인도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도 이란·러시아 등지에서 자국 통화로 에너지를 구매하는 등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달러 강세로 피해를 입은 국가들은 이러한 세계 경제의 파편화를 오히려 반기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이 같은 '달러에 대한 도전'을 용납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달러 기축통화 패권을 상징하다시피 했던 페트로 달러는 아마 미국이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