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기준 고용지표가 시장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비농업 분야의 일자리가 시장이 예상한 것과 달리 50만명 이상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실업률도 3.4%를 기록해 지난 196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역대급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는, 경기침체가 도래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고용지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을뿐 아니라 고용지표로만 보면 종래의 관측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어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마저도 “이번에 발표된 고용지표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을 정도다. 그 결과 고강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왔던 미국 중앙은행의 향후 금리 정책 행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발표와 사뭇 상반되는 내용의 조사 결과가 나와 향후 경기 전망을 둘러싼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인용 소셜미디어이자 세계적인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드인이 최근 조사한 결과다.
◇링크드인 조사 결과, 美 채용건수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

1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링크드인은 최근 펴낸 ‘노동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미국 고용시장의 회복력이 예상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탄탄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링크드인의 란드 가야드 글로벌 노동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9일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미국 노동시장이 고용 추이, 퇴사 추이, 임금 상승 추이 등에서 볼 때 정상적인 국면으로 들어선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기업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비한 허리띠 조르기 차원에서 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아울러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내용과는 다르게 비록 조사 방법은 다르지만 미국의 최근 신규 일자리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오히려 줄었으며 앞으로도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일자리가 50만여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링크드인이 자사 구인구직 플랫폼에 올라온 게시물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신규 채용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23%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는게 링크드인의 설명이다.
◇전세계적으로 채용건수 감소 추세
링크드인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의 채용건수가 전년 대비 27.2% 줄어 주요국가 가운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인도가 25.1% 감소해 2위를 기록했고 싱가포르가 24.6% 감소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링크드인은 밝혔다.
이어 미국이 23% 감소로 4위를 기록했고 영국이 19% 감소를 기록해 5위를, 호주가 16.6% 감소로 6위를, 스웨덴이 16.5% 감소로 7위를, 이탈리아가 15.4%로 8위를, 프랑스가 15.4% 감소로 9위를, 스페인이 15.1% 감소로 10위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링크드인은 링크드인 사용자들이 올리는 채용 관련 게시물도 빅테이터 분석 방식으로 살폈는데 여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 1월 22일 사이에 ‘정리해고’나 ‘경비절감’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이 4주 앞의 시점에 확인된 것보다 37.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구직 중’이라는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 역시 이 기간 중 18.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링크드인은 밝혔다.
링크드인의 가야드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에 비해 채용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고용감소 추이 산업별로 차이
가야드는 다만 채용 감소 추이는 분야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 미국,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IT 업계는 정리해고 돌풍 속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상황으로 정상화되고 있는 반면에 에너지 업종이나 보건 및 의료 관련 업종에서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신규 고용이 전반적으로 둔화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경기 침체가 급격히 도래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야드는 “올해 경제는 서서히 둔화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침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잡기 노력이 결과를 낼 가능성도 점차 커지면서 연착륙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