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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할리우드 작가들 일제히 파업…"일 많이 하고 수입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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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할리우드 작가들 일제히 파업…"일 많이 하고 수입은 줄었다"

제작사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불안한 시기…대규모 손실 직시해달라" 호소

작가들의 파업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사진은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이미지 확대보기
작가들의 파업으로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사진은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지난 2일 밤(현지 시간)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이날 자정을 기해 미국의 TV 프로그램과 할리우드 작가들을 대표하는 미국작가조합(WGA)이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다.

서부와 동부 지사를 모두 포함하는 WGA의 이사회는 그동안 9개의 대형 스튜디오와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작가들은 ‘존재의 위기’를 호소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대를 맞아 제작 편수는 늘었지만 그들은 더 가난해졌다. 제작자 측은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처사라고 맞받아쳤다. 드라마나 영화 산업은 적자와 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작가들의 파업은 2008년 이후 약 15년 만이다.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에 이르는 100일 동안 작가들의 파업으로 미국 연예계가 마비되었다.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 TV 시청자와 영화 팬들에게 돌아갔다.

이번 파업으로 CBS의 인기 수사 드라마 ‘NCIS’와 마블 영화,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를 포함한 스트리밍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TV와 영화 산업은 ‘일시 정지’ 상태로 돌입하게 됐다.

할리우드는 화려한 불빛 뒤에 감추어진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수천억원을 버는 스타들과 제작자들이 있는 반면 가난한 작가들과 스태프도 존재한다. 2008년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 시대를 맞아 할리우드의 현실은 크게 변화했다.

연예계의 전통적인 임금 구조가 뒤집어졌고, WGA의 주장처럼 더 많은 작가들이 더 적은 임금을 위해 더 긴 시간을 일해야만 했다. 작가들의 주장은 무엇이고, 제작사들은 어떤 입장일까. USA투데이와 LA타임스 기사를 중심으로 파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작가들은 대체 파업을 하나?

작가들은 근로자다. 당연히 더 많은 보상을 바란다. 시청자들은 스트리밍의 증가로 그들의 수익도 늘어났을 거라고 짐작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TV 작가들은 회당 출연료를 받는다.

대개 TV 방송의 시리즈물은 각 시즌에 20편 내외를 제작한다. 스트리밍 시리즈는 보통 8편에서 13편이다. OTT 시대 이후 작가들의 편당 원고료는 눈에 띄게 줄었다. 작품 재판매 수익을 지급하는 재상영 분배금 역시 줄어들었다.

일은 더 많이 하고 수입은 도리어 오그라드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작가조합은 영화나 드라마가 극장에서 개봉되든, 스트리밍으로 개봉되든 상관없이 보상을 표준화하고 연금 계획과 건강 기금에 대한 스튜디오의 기여를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TV 드라마는 어떻게 되나?


WGA는 파업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제작사들은 노조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글쓰기 직업은 점점 더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러한 상태로 글쓰기를 계속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노조의 구성원들은 드라마와 쇼를 진행할 최소 작가 수를 설정하는 것을 포함한 제작자 측의 제안에 대해 노골적인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따라서 2일 자정 이후 모든 쇼와 드라마 제작은 불가능해졌다.

작가들의 파업으로 일부 TV 프로그램은 제작이 중단돼 재방송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작가들의 파업으로 일부 TV 프로그램은 제작이 중단돼 재방송되고 있다.


◇ 제작사들은 WGA 제안을 거부했나?

제작사 측은 노조와의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성명을 통해 “장기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건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협상에 임했다. 현재 우리 업계는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대규모 손실로 인해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달라고 호소했다.

제작사 측은 “작가에 대한 보상의 관대한 증가와 스트리밍 잔여량의 개선을 포함한 포괄적인 패키지 제안을 지난달 말 노조에 제출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제작 현실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가 파업의 영향을 받는 TV 프로그램과 영화는 무엇인가?

시청자들은 당장 '켈리 클락슨 쇼'부터 '지미 키멜 라이브', '더 레이트 쇼', '지미 팰런 주연의 투나잇 쇼'까지 토크쇼에서 그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토픽 토크쇼는 작가와 방영하는 날의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작가들의 파업으로 즉시 결방될 수밖에 없다.

NBC의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도 5월 세 번의 결방이 예고됐다. 주간 연속극 또한 몇 주 안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사라질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재방송에 의존해야 한다.

NBC의 "Law & Order"와 ABC의 "Abbott Elementary"와 같은 대부분의 방송 프로그램은 시즌을 마감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이미 마지막 에피소드를 촬영했다. 만약 파업이 장기화되면 가을에 얼마나 빨리 복귀할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화는 지연 시간이 훨씬 길기 때문에 2024년과 2025년에 개봉하기로 한 작품들이 파업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영화의 개봉 지연은 불가피하다.

TV나 영화는 우리에게 일상이다. 있을 땐 모르지만 없어지면 그 공백을 실감한다. 한편 TV나 영화는 누군가의 일자리이기도 하다. 백악관이 나서 “파업 기간에도 협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수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