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슬란 바이락타르 튀르키예 에너지 장관은 최근 중국과의 원전 건설 협상이 최종 단계에 있음을 암시하며 몇 달 안에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에너지청 부국장 허양과 국가전력투자공사 루 하옹자오 수석부사장이 포함된 대표단이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 원전 건설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미·중 갈등 한 가운데서 중국과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결정일 뿐만 아니라 향후 우라늄 농축과 핵 개발 가능성이 있어 미국은 물론 나토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튀르키예의 에너지 사정과 원전 추진 현황
만성적 에너지 부족 국가인 튀르키예는 전력 수요는 증가하지만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필요한 에너지의 약 70%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매년 석유, 가스, 석탄 등의 자원 수입에 400억 달러 이상 지출하고 있다.
자체 석유가 생산되긴 하지만 수요의 7%에 그쳐 매년 약 2억 6000만 배럴을 수입에 의존한다.
전력 자급률은 1980년 77%에서 2014년 37%로 떨어졌다. 이 나라는 에너지 독립을 위해 원전으로 눈을 돌렸다.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 생산량을 350TWh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2035년까지 원전에서 필요한 전력의 11%, 2053년까지 29%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 건설에는 여러 가지 계획이 있다. 우선, 아쿠유 원전이다. 남부 메르신 아쿠유에 위치한 원전은 러시아와 협력하에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발전 총량은 4800MW로 2018년 건설을 시작했으며, 현재 1호기와 2호기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로사톰 지원을 받고 있으며, 2024년쯤 첫 원자로가 가동될 예정이며, 4기 모두 완공되면 국가 전력 수요 가운데 약 10%를 공급하게 된다.
튀르키예는 에너지 수급과 경제 성장을 위한 핵심 국가 목표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서, 두 개의 원전 건설은 외국 투자와 지원을 모색 중이다.
흑해 북부 도시인 시노프에 4기의 두 번째 원전 건설을 위해 러시아, 한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프랑스 컨소시엄은 건널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세 번째 원전 건설은 이 나라 북서부 흑해 연안의 이오네아다로 4개의 원자로 전력 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중국과 4개 원자로 전력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거의 10년 가까이 협상을 하고 있다.
중국과 협상 배경과 타결될 경우 파장
튀르키예는 자원 부족으로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전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를 희망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썩 원만하지 않아 미국 원전을 수입하기가 여의치 않자 러시아 원전을 수입한 가운데 이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가격 경쟁 및 원전 기술도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원전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튀르키예는 미국이 주도하는 NATO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중국과의 원전 건설 협상으로 미국과 사이에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도 원전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튀르키예와 협상이 성사될 경우 이 지역 원전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나 자유 진영 입장에서 불쾌한 일이다.
한편, 튀르키예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원전이 에너지 자립과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라늄 농축 계획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권위주의 정부와 물밑 협상 과정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핵무장 파키스탄과 핵무기 개발 기술을 보유한 카자흐스탄과 군사 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어, 러시아에 이은 중국과 원전 개발 프로젝트 추진은 튀르키예가 핵 개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는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터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그리스는 터키의 핵 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핵무기 개발은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물론, 튀르키예는 핵무기 계획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 이은 중국과 원전 프로젝트는 튀르키예와 이웃 국가들 사이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으며, 향후 지역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