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주식시장은 지난해 닛케이 평균주가가 28% 상승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었다. 워런 버핏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의 자금 유입 외에도 일본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지지했다.
주식 시장 개입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정책이다. 따라서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는 주가 왜곡을 축소하고 시장의 기능 회복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주식 매도로 돌아선 이유는 ETF의 매입이 주가 안정에 힘입어 크게 줄어들었고, 과거 금융시스템 안정책의 일환으로 은행에서 매입한 주식의 매각이 예정대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자산 가격의 하락 압력을 완화하고 시장 심리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본 정부의 통화완화 조치로 연간 통화완화 규모는 2017~2020년 사이 4조엔(약 36조4000억원)에서 7조엔으로 엄청나게 불어났다.
2021년 봄 정책이 수정돼 주가가 크게 하락한 날에만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후 통화 완화 규모는 연간 1조엔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약 2100억엔에 그쳤다.
지난해 BOJ가 매도한 주식은 2002~2004년과 2009~2010년 사이 매입한 것들이다. 주식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금융 기관의 경영을 보호하기 위해 매입한 주식이었다.
주식 시장 개입의 부작용
일본은행은 당시 매입한 주식을 2016~2025년 사이 10년에 걸쳐 매각하기로 했다. 이 계획에 따라 3조엔 정도였던 보유액을 매년 3000억엔씩 팔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은행에서 매입한 주식의 처분을 2007년에도 시도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단했다. 2010년 ETF 매입을 시작으로 주가에 본격적으로 관여한 이후 주식 매도는 처음이다.
지난해 일본 주식 시장이 매우 우호적이어서 일본은행이 ETF 매수 정책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일본은행의 이 특이한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동안 시장 심리의 악화를 막는 등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데 신고 닛사이 연구소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주식을 매입하면 기업 경영자가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알기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개인·기관투자자의 자산 운용 기회를 빼앗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주식 시장이 혼란을 겪을 경우 일본은행은 다시 ETF 매입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행 우에다 총재는 "(시장 불안정과 리스크의 과도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사라지면 ETF 매입을 중단할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올해 새로운 NISA(소액투자세면제제도) 시행에 따라 개인의 주식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악화되거나 해외 경제의 혼란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고 민간이 주도하는 주가 상승이 이루어지면 일본은행은 ETF 매입 자체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유동성을 통한 ETF 매입을 중단하더라도 여전히 막대한 양(2023년 9월 말 현재 시가 약 61조엔)을 보유하고 있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보유 물량을 한꺼번에 줄이면 시장이 교란될 위험이 있다. 중앙은행이 주식 시장에 깊이 개입한 나라가 자초한 어려움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