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의 고급 주택이 밀집돼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비버리 힐스의 한 주택이 매물로 나와 있다. 사진=비즈니스 인사이더](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40208064838047296b49b9d1da17379164136.jpg)
미 재무부는 그동안 부동산 매매를 통한 자금 세탁을 규제하는 조처를 부분적으로 시행해 왔으나 이를 통합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 사이에 미국의 부동산 거래를 이용한 불법 자금 세탁 규모가 23억 달러(약 3조 532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익명으로 미국의 부동산을 사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함으로써 외국의 부패한 올리가르히 (신흥 재벌), 범죄와 테러 연루자 등이 미국의 부동산을 취득해 자금 세탁을 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미 재무부는 이에 따라 이날 구체적인 시행 규칙을 공표했다. 미국의 고가 부동산 거래는 오랫동안 글로벌 자금 세탁 수단으로 이용됐다.
FinCEN은 그동안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미국 부동산을 매입했을 때 실소유주를 밝혀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에서 은행은 고객의 자금원에 관한 정보와 의심스러운 거래 내용을 금융 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런 규칙이 전국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았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 2021년 ‘판도라의 문건’이라고 불리는 조사 자료를 통해 조세 회피처를 이용한 역대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자 명단과 그 내용을 공개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팝스타 샤키라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이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조세 회피처에 개설한 예금계좌를 통해 조직적으로 탈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유령회사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을 비롯한 26개국이 금융, 부동산 정보 보고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선언’을 지난해 3월 28일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이번 선언에 참여한 국가들은 기업의 반부패 촉진을 위해 소규모 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실질 소유자 등록’ (beneficial ownership registry)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구축하고, 사법 당국이 이 등록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한다. 미국에서는 부패 척결을 위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실질 소유자 3200만여 명에 대한 개인 정보가 담긴 데이터망이 새로 만들어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