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中 저소비&저고용 심화…디플레이션 가속에 세계 경제도 ‘우울’

공유
0

中 저소비&저고용 심화…디플레이션 가속에 세계 경제도 ‘우울’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치러우 거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치러우 거리. 사진=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전반적인 부진에 빠짐에 따라 소비가 줄어들고 고용 침체가 나타나는 전형적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국 산업 자체의 가치와 매력이 떨어지면서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경제에도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보다 저렴한 상품들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중국 본토에서 KFC와 피자헛을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푸드 체인점 얌차이나 홀딩스와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리고 맥도날드다. 이 3개 회사는 모두 올 선행 수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KFC와 피자헛의 동일 매장 매출은 증가했으며, 트래픽은 전년 대비 10% 중반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 또한 올해 1000개에 이르는 신규 매장 오픈을 선언했고, 패스트리테일링과 얌차이나는 주가 상승률이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최근 중국 내 매출 상승에 따른 결과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스타벅스, 로레알 등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로레알 주가는 2월 초 중국인 여행객들의 쇼핑 감소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하루 만에 7% 이상 급락한 후 혼조세를 거듭하고 있다. 또 총매출의 약 14%를 중화권에서 얻고 있는 나이키 또한 12월 말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한 이후 13%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총매출 3분의 1을 중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는 일본 화장품업체 시세이도 또한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이 하락한 뒤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일본증시가 역사적인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기업들의 포지셔닝 재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스타벅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럭킨 커피에 연간 매출 1위를 내줬다. 럭킨 커피는 한 잔에 9.9위안(1.38달러)에 음료를 판매하는 대표적인 저가 브랜드다. 또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이커머스 기업’ 타이틀을 저가 할인 플랫폼 핀둬둬의 PDD홀딩스에 빼앗기기도 했다.

이는 부동산 위기로 촉발된 경기 하락이 이어지고 고용과 임금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비 활동이 위축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 춘절 동안 여행 횟수는 전년 대비 19% 증가했음에도 1인당 관광 수입은 2019년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8일 중국 서비스업과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었으며 임금 인상도 기대 이하라 임시직 시급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경우도 속출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동성의 수출 거점인 둥관시에서는 춘절 이후 16만3000명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동관시의 고용 실적은 17만6500명, 2022년에는 25만~30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춘절 직후는 많은 노동자가 휴가를 떠나는 시기라 일손이 부족해 임금이 가장 높은 시기가 되어야 하지만 수요 부진, 공장 해외 이전, 기업 비용 절감으로 올해는 이런 효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부진, 고용 절감, 임금 저하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산업과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기업들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런스 칸 피델리디인터내셔널매니지먼트 고객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중국인들은 새집 구입, 새 차 구입, 더 큰 투자 등 큰돈이 들어가는 품목에 투자하거나 소비할 자신감이 부족하다"며 "중국인들의 구매 행동 패턴이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날드 찬 차트웰캐피탈 최고 투자 책임자도 "아무도 고가 제품이나 중저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저가 제품에만 지출하고 있다"라며 중국의 심각한 디플레이션을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