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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펀드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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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투자펀드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블랙록이 거래되는 포스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문 트레이더가 블랙록이 거래되는 포스트에서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SG 투자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ESG(환경, 사회 및 거버넌스) 펀드의 저조한 성과에 대한 실망, 정치적 비판이 글로벌 주요 투자기관의 ESG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도 이런 변화에 반응해 ESG 투자를 ‘전환 투자’로 방향 전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서 ‘전환 투자’란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환경적 요인에 초점을 맞춘 투자 방식을 말한다. 탄소중립이나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의 고배출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고, 그들이 환경적으로 개선되는 과정을 지원하는 투자 전략이다. 이는 환경적으로 불리한 산업이나 기업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변화를 촉진하고자 하는 투자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는 ESG 투자와 결이 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ESG는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배 구조적 요인도 투자에 반영한다. ESG 투자는 환경적, 사회적, 지배 구조적으로 우수한 산업이나 기업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산업이나 기업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투자 방식이다.

실제 블랙록 자금 흐름을 보면, 구체적인 기후 친화적 투자, 즉 ‘전환 투자” 방향으로 돈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1분기에 미국 ESG 펀드에서 50억 달러가 순유출되었으며, 이 중 블랙록의 ESG 펀드에서도 3억 달러가 유출됐다.

블랙록은 2022년 12월 기준으로 ESG 관련 자산 규모가 약 8.5조 달러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ESG 투자 규모의 약 1/3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이 회사의 투자 방식 변경은 ESG 투자에 큰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돈이 빠져나간 것을 두고, 2022년 ESG 펀드 평균 수익률이 -9.5%에 달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고, 공화당이 친환경 정책에 반대가 강해졌으며,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 국가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ESG 투자 효과가 미미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어난 일로 해석한다.
특히, 국제금융협회(IIF)의 2023년 4월 보고서에 따르면, ESG 펀드는 2022년 10월에서 2023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세계적인 ESG 펀드 운용사들은 -4.9%에서 -7.1% 사이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2023년 1분기에 글로벌 ESG 펀드 유입액은 2022년 4분기(1140억 달러) 대비 약 50%나 감소했다.

그러나, 블랙록은 2023년 1분기에 재생에너지 부문에 총 84억 달러를 신규 투자했다고 밝혔으며, 풍력발전 및 태양광발전 기업뿐만 아니라, 기후 전환 정책을 펼치는 기업의 주식에도 대규모 투자를 했다.

이는, 블랙록의 ESG 투자 전략이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블랙록은 한때 ESG 원칙을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 삼았지만, 이제 청정에너지 및 인프라 투자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ESG 투자는 기업의 장기적 성공과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고조와 고금리,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자 재무적 측면과 사회적 기여에서 실제로 개선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ESG 투자 효과와 전망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다. 일부는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수익과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는 ESG 투자가 투자 성과와 상관없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ESG 투자 효과와 전망은 투자자의 목표와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블랙록의 ESG 전략 변화는 ESG 운동의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ESG 투자의 가치와 효과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다른 자산 운용사들도 블랙록의 전략 변화에 동참할 수 있어, ESG 펀드의 유출이 지속될 수 있다. 기업들도 ESG 경영에 대한 투자를 줄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