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성장률 4.5~5% 하향 조정의 역설… ‘양적 팽창’ 버리고 ‘AI·군사 지능화’ 올인
91조 원 규모 ‘과학기술 펀딩’ 투입…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전략적 자급자족 선언
91조 원 규모 ‘과학기술 펀딩’ 투입…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전략적 자급자족 선언
이미지 확대보기단순히 외형적 숫자를 맞추는 성장률 지향에서 벗어나, 미국의 기술 봉쇄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내부 전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과 첨단 국방력을 안보의 핵심 보루로 구축하는 이른바 '요새화 전략'으로의 대전환이다.
블룸버그 통신(Bloomberg News)이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연설을 통해 올해 경제 운용의 최우선 가치를 '안정'과 '자율'에 두겠다고 천명했다.
이번 전인대 보고는 단순한 경제 지표 제시를 넘어 트럼프 시대의 고립주의에 대응하는 중국식 '생존 매뉴얼'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조금 쏟아붓는 ‘기술 민족주의’… AI를 안보 무기 체계로 격상
중국 지도부는 이번 전인대에서 인공지능(AI)을 단순한 산업 동력이 아닌 국가 안보의 핵심 보루로 재정의했다. 리 총리가 강조한 'AI+ 행동계획'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한 병목 현상을 국가 재정으로 뚫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올해 과학기술 예산을 지난해보다 10%나 대폭 증액한 4260억 위안(약 91조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인 7.1%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반도체 자립과 산업용 기계, 첨단 소재 등 전략적 요충지에서 '비상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는 화웨이나 SMIC 등 제재 대상 기업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우회 지원이 가속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춰 잡은 것은 내실 없는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그 재원을 기술 자립이라는 장기 전쟁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라며 "AI를 국방 지능화와 연결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질서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7%로 숨 고른 국방비… ‘트럼프-시진핑’ 회담 앞둔 정교한 수위 조절
주목할 점은 지난해 증가율인 7.2%보다 소폭 낮아지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 폭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낮추려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수치 이면의 질적 변화는 매섭다. 이번 예산안은 미사일과 드론 등 무인 무기 체계의 '지능화'에 집중되어 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무력 통일을 직접 언급하기보다 '평화적 발전'이라는 원론적 표현을 고수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카드를 아끼려는 포석이다.
레이먼드 영 ANZ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과 지정학적 행보를 면밀히 살피며 '최소한의 자극, 최대한의 내실'이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권(內卷)’의 늪에 빠진 제조업… 1.2조 달러 흑자가 부른 글로벌 관세 전쟁
중국 내부의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순수출은 1조2000억 달러(약 1700조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내수 침체로 갈 곳 잃은 물량이 해외로 쏟아져 나간 '밀어내기식 수출'의 결과물이다.
리 총리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가격 경쟁인 '내권(인볼루션·Involution)' 현상을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분야에서 출혈 경쟁을 멈추고 산업 생태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샤나 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가 성장의 핵심축이 되는 구조적 전환은 2020년대 후반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당분간 중국이 '제조업 과잉과 글로벌 무역 갈등'이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성벽 안으로 숨은 용, 한국 경제에 던지는 엄중한 경고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낮추며 '안정'을 외치는 것은 역설적으로 대외 환경이 그만큼 위태롭다는 반증이다. 트럼프 시대의 파고를 넘기 위해 중국은 당장의 화려한 성장 지표를 포기하고 '기술 성벽'을 높이 쌓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안보 지향적 기술 굴기'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다. 중국의 기술 자립 속도가 빨라질수록 우리 핵심 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미·중 간의 기술 전쟁은 한국기업들에 더욱 선명한 '줄타기'를 요구할 것이다.
중국의 이번 전인대 메시지는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라, 트럼프라는 변수를 상수로 둔 채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베이징의 결연한 생존 선언으로 읽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미·중 정상회담과 뒤이은 무역 협상에서 중국이 어떤 구체적인 '양보'와 '강공'을 교차시킬지, 그 변동성에 대비한 우리 정부와 기업의 기민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뉴욕증시] 유가 폭등·고용 충격에 3대 지수↓](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6030706492802791c35228d2f51751931501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