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요 대형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상승 마감했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31% 상승한 210.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213.32달러) 이후 종가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증시 시가총액도 3조1천480억 달러로 불어나며 3조 달러선을 회복하고, 시총 1위 마이크로소프트(MS·3조3천390억 달러)를 추격했다.
이날 주가는 210달러대에서 출발한 뒤 장중 206달러대까지 떨어졌다가 장 막판 상승폭을 확대하며 종료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주가는 8.07% 치솟은 208.64달러에 마감했고,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도 5.44% 올라 1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주가가 120달러선에 마감한 것은 지난 3월 25일(120.69달러) 이후 처음으로, 이날 종가는 지난 2월 28일(124.91달러) 이후 가장 높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고, 아마존은 중국 제품에 의존하는 판매자들이 많아 그동안 미·중 관세 전쟁에 타격을 받아왔다. 엔비디아는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칩에 대한 규제를 받아왔다.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6.75% 318.3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2월 25일(302.80달러) 이후 약 2개월 반만에 300달러선을 회복했다. 뉴욕증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주가도 7.92% 급등한 639.43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도 3.37%와 2.40% 오른 159.58달러와 449.26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반도체주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주가는 6.43%와 5.93% 올랐고, AMD와 퀄컴 주가도 5.13%와 4.78% 각각 상승했다.
미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기업인 마벨 테크놀러지와 미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주가도 각각 8.13%와 7.49% 급등했다. 뉴욕증시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04% 폭등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 각각 낮추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는 145%에서 30%로 낮아지게 됐고, 중국의 미국에 대한 관세율도 125%에서 10%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하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등한 것과 달리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이날 오후 5시 33분(서부 오후 2시 33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46% 내린 10만2천440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무역긴장 완화 기대감에 지난 8일 10만 달러선을 돌파한 이후 미국과 중국이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오전 한때 10만6천 달러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이날 약세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35% 급등하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은 4월 저점 이후 이날 오전까지 40% 이상 급등하며 미 증시보다 더 크게 오른 상태였기에 투자자들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욕증시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몇 시간 앞두고 역대 최고가인 10만9천 달러대까지 급등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7만5천달러선 아래까지 떨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 긴장에도 달러 약세화 등에 따라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금과 함께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증시 약세는 그동안 상승에 따른 일시적 조정일 뿐 무역 긴장이 완화하면서 비트코인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화폐 자동매매 플랫폼 코인패널의 키릴 크레토프 분석가는 "미중간 90일 관세 유예 조치는 단기적으로 시장에 명확한 긍정 신호를 줬다"며 "이는 가상화폐를 포함한 위험 자산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세 완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일반적으로 비트코인과 기타 가상화폐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유예 조치가 일시적인 조치라는 점을 들어 90일 기한이 다가올수록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가 13일 미·중 관세 휴전 여파를 신중하게 계산하며 2,600대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9포인트(0.04%) 오른 2,608.42로 집계됐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5.57포인트(0.21%) 내린 2,601.76으로 출발한 뒤 상승과 하락을 오가며 보합권에서 등락했다. 장중 한때 2,620선을 터치하기도 했으나 이내 상승분을 반납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1천741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천369억원, 910억원의 매도 우위였다. 미중 무역협상에 따라 양국 간 관세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간밤 뉴욕 증시가 급등했지만, 앞서 전날 기대감을 선반영한 국내 증시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달러인덱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한 것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005930]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1.22% 하락했고, SK하이닉스[000660]는 1.79% 올라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차[005380](0.46%), 기아[000270](1.41%), 삼성바이오로직스(0.91%), 셀트리온(1.65%)도 올랐다.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한진칼[180640]은 가격제한폭(29.93%)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진칼우[18064K](29.98%)도 신고가를 썼다. HMM[011200](5.81%), HD한국조선해양[009540](3.66%), HD현대중공업[329180](1.24%), 한화오션[042660](1.97%) 등은 올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95%), 현대로템[064350](-1.57%) 등 방산주는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2.95%), NAVER[035420](-1.05%), 현대모비스[012330](-1.53%) 등도 약세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운송창고(3.11%), 일반서비스(2.56%), 증권(1.93%), 의료정밀기기(1.61%), 기계장비(1.34%), 제약(1.25%), 금융(1.20%) 등이 강세였고, 전기가스(-3.10%), 금속(-2.23%), 종이목재(-1.63%), 비금속(-1.02%) 등은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48p(0.89%) 오른 731.88로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관련 행정명령이 제약사보다는 유통, 보험사에 초점에 맞춰져 있다는 분석 속에 알테오젠[196170](3.57%), 펩트론[087010](13.80%), 리가켐바이오[141080](2.78%), 삼천당제약[000250](8.50%), 에이비엘바이오[298380](3.35%), 보로노이[310210](6.88%) 등 제약주가 동반 급등한 것이 지수에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3.42%), 에코프로[086520](-1.57%), 실리콘투[257720](-4.19%), 주성엔지니어링[036930](-1.40%) 등은 약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8조3천917억원, 7조75억원이었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정규마켓 거래대금은 4조7천308억원으로 집계됐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부과했던 관세를 90일간 크게 낮추기로 하면서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가 둔화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 경제가 12개월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45%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후 이 수치를 35%에서 45%로 올린 바 있는데, 이번에 되돌린 것이다.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 0.5%보다 높은 1%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다음 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88.3%를 기록, 전 거래일인 9일 82.8%보다 높아졌다. 상호관세 발표로 혼란이 가중됐던 한 달 전만 해도 6월 금리 동결 전망은 21.9%에 그쳤는데 상황이 뒤집힌 것이다.
스와프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금리 인하 폭이 56bp(1bp=0.01%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이는 지난주 약 75bp 인하 전망과 비교되는 것으로, 금리 인하 전망이 25bp씩 3차례에서 2차례로 줄어든 셈이다. 미 국채 금리는 뛰어올랐다.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1.9bp 오른 4.002%,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0.2bp 오른 4.477%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과 관세전쟁 휴전에 합의한 미국이 중국발 소액 수입품에 적용하던 관세율도 대폭 낮추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오는 14일부터 중국발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소액 소포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현행 120%에서 54%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소포 1건당 100달러(14만2천500원)인 고정 세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내달 1일부터 200달러로 올리기로 한 계획은 취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을 승인했다. 이 명령은 미국 시간으로 14일 0시 1분에 발효된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발송된 800달러 미만 소포의 경우 물건 가격의 54%를 관세로 내거나 고정 세액 100달러를 내게 된다.
중국발 소액 소포 관세는 이후 90%, 120%로 올라 지난 2일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관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택할 수 있는 고정 세액도 처음에는 화물 1건당 25달러였다가 시행 시점인 2일에는 100달러로 올랐고 내달부터는 200달러로 인상될 예정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발 소액소포 관세 인하 조치는 앞서 이날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서로 경쟁하듯 부과해 온 초고율 관세를 한시적으로 대폭 낮추자고 합의한 데 뒤이어 나왔다. 미중은 지난 10∼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연 뒤 12일 양국이 서로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공동성명에는 소액소포 관련 언급은 없었다.
암호화폐 반대파로 알려진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이 코인데스크에 보낸 성명을 통해 "메타(Meta)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관련 기업과 제휴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해야 한다. 빅테크가 금융 데이터를 장악하고 중소기업이나 정치적 반대 세력을 결제 인프라에서 배제하는 사태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상원은 현재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지니어스법(GENIUS)’을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 시대를 대표하는 통화 실험이자,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을 잇는 핵심 매개체다. 특히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송금, 결제, 디파이(DeFi) 등에서 실사용을 빠르게 확장하며, 디지털 결제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현재 시가총액은 약 2430억달러로, 이는 미국 M2 통화 공급의 1.1%를 넘는다. USDT(테더)와 USDC(써클)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예치금과 90일 이내 단기국채(T-Bills)를 준비자산으로 발행되며, 이러한 구조는 확장성과 안정성을 함께 뒷받침한다. 미국 상원에서 논의 중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을 연준의 통화 관리 체계에 편입하고, 준비자산으로 미국 국채와 달러 표시 안전자산의 보유를 의무화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