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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그리스 신조선 시장, 한국이 62% 수주하며 '압도적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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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그리스 신조선 시장, 한국이 62% 수주하며 '압도적 우위'

지정학적 질서 요동 속 중국 '주춤', 한국 조선업계 '약진'
그리스 발주 가뭄에도… 고부가가치 선박 앞세워 수주 경쟁력 입증
2025년 그리스 유조선 신조 시장에서 한국 조선소가 최대 수주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HD현대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그리스 유조선 신조 시장에서 한국 조선소가 최대 수주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HD현대
2025년 초, 한국 조선소들이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의 중국산 선박 투자 억제 정책 같은 지정학적 변화 덕분에 그리스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조선소의 수주 실적은 크게 줄었다.

지난 6일(현지시각) 영국 선박 중개 및 자문 업체 엑스클루시브 쉽브로커스(Xclusiv Shipbrokers)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그리스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량은 총 34척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97척보다 약 65% 급감했다. 전반적인 발주량 감소는 투자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에서 비롯됐으며, 그리스뿐 아니라 세계 해운업계 전반에 정치적 위험에 대한 인식이 커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엑스클루시브 쉽브로커스의 에이리니 디아만타라(Eirini Diamantara) 연구원은 "올해 그리스 선주들은 신조선 투자에 눈에 띄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끊임없는 무역 갈등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항만 수수료 계획 등이 신규 발주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축된 투자 분위기는 선종별 발주량에서도 뚜렷하다.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LNG벙커선 포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종에서 발주가 감소했다. 유조선(탱커) 발주량은 지난해 54척에서 올해 17척으로 급감했고, 벌크선은 13척에서 단 1척으로 더욱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4월 22척이 발주됐던 LPG운반선은 올해 들어 단 한 척의 계약도 성사되지 않았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최근 발주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척에서 올해 12척으로 발주가 크게 늘었다. LNG운반선과 LNG벙커선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척씩 꾸준히 발주돼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 한국 조선업계, 그리스 발주 62% 차지… 유조선이 이끌어


이런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2025년 그리스 신조선 시장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1~4월 그리스 전체 발주량 34척 중 62%에 해당하는 21척을 한국이 수주했다. 이 중 유조선이 17척으로 실적을 견인했고, 나머지 4척은 LNG 벙커선(LNG 연료 공급선)이었다.

다만, 한국의 전체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29척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LPG 운반선 수요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조선소들은 대조적으로 그리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초 59척에 이르던 수주 실적은 올해 12척으로 급감했다. 특히 주력 선종이던 유조선 수주가 42척에서 전무해진 반면, 컨테이너선은 4척에서 12척으로 오히려 늘어나면서 이 분야로 전략적 집중을 옮기는 양상이다.

벌크선에 강점을 지닌 일본 조선소 역시 시장 변화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 벌크선 수요 부진 탓에 올해 그리스에서 따낸 신조선은 단 1척(지난해 5척)에 그쳤다.

◇ 그리스 선주,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편애'…선종별 명암 뚜렷


올해 그리스 선주들의 발주 선종을 보면 수에즈막스급 유조선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엑스클루시브 쉽브로커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발주된 유조선 17척 중 13척이 수에즈막스급이었다. 나머지는 VLCC(초대형 유조선)와 MR2 유조선이 각각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수에즈막스급 16척, 아프라막스/LR2급 10척, 파나막스/LR1급 7척 등이 발주된 바 있다.

컨테이너선 부문에서는 올해 초 네오파나막스급 10척과 피더선 2척이 계약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네오파나막스급 4척이 발주됐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한 물량이다.

건화물선(드라이 벌크) 부문은 사실상 '발주 절벽'에 직면했다. 올해 그리스 선주들은 핸디사이즈 벌크선 단 1척을 발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캄사르막스급 10척, 핸디사이즈급 2척, 울트라막스급 1척을 포함해 총 13척이 발주됐었다.

미국의 중국산 선박 규제,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지정학적 위험 고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시장 변화 속에서 한국 조선업계의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