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등 유럽산 최첨단 무기 도입 확대...중국·미국 의존 대안 모색
필리핀 등 잠수함 구매 검토..."유럽, 정치적 중립성·자금조달 강점 갖춰"
필리핀 등 잠수함 구매 검토..."유럽, 정치적 중립성·자금조달 강점 갖춰"

이달 초 이탈리아 최대 조선업체 핀칸티에리의 조선소에서는 인도네시아 해군 대원들이 6000톤급 첨단 다목적 호위함(PPA) 운용 훈련을 받고 있었다. 이 호위함 2척은 각각 6월과 연말에 인도네시아로 인도될 예정이다.
파키스탄이 중국산 전투기로 인도의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논란 속에서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유럽 무기 도입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핀칸티에리 관계자는 "PPA의 인도는 인도네시아가 이 지역에서 가장 발전된 해군 함정의 소유자가 되어 인도네시아와 이웃 국가 사이에 격차를 만들어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핀칸티에리는 싱가포르에 허브를 건설 중이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정부와 현지 조선소 개설을 논의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베트남 붕타우에서 조선소를 운영해왔다. 이탈리아의 주요 방위산업체 레오나르도도 인도네시아용 전투시스템을 맞춤화하며 PPA 판매에 참여했고, 최근 베트남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필리핀은 350억 달러 규모의 병력 증강 계획을 승인하고,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에 맞서기 위해 처음으로 잠수함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한화오션, 프랑스 해군단, 스페인 나반티아, 그리고 핀칸티에리와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의 공동 제안을 고려 중이다. 인도네시아도 프랑스 해군단으로부터 스코르펜급 공격잠수함 2척을 주문하며 12척 함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싱크탱크 이스티투토 아파리 인테르나치오날리의 엘리오 칼카뇨 연구원은 "중국이나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 것이 두 강대국 간 경쟁에서 입장을 취하는 신호가 될 수 있는 시기에, 이탈리아 산업계는 방산 수출 실적이 좋고 이 지역에서 특별히 분열적이지 않은 나라의 선진적이고 경쟁력 있는 방위 제품을 홍보할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시몬 웨즈먼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원조 제공자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켜 현재 미국 이외 국가, 주로 유럽과 한국, 그리고 점차 일본에서 구매하려는 관심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즈먼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무기 수출과 관련해 넉넉한 자금 조달 방식을 갖추고 있고, 유럽 무기 제조업체들이 일본보다 이 지역에서 훨씬 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헤이그 전략문제연구소의 한스 호란 분석가는 이러한 흐름이 쌍방향 혜택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파트너를 위한 충분한 무기를 만들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많은 유럽 무기 제조업체 회의는 새로운 장비를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급업체를 찾는 것에 관한 것"이라며 "한국이 최고의 방위 산업으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베트남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생산 능력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방위산업체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프랑스의 에어버스, 다쏘, 탈레스 등은 5월 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지역 방문이 새로운 계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라팔 격추 주장에도 불구하고, 웨즈먼은 "어떤 전투기가 더 우수한지에 대한 평가는 양측이 항공기와 대공 무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이것이 유럽 무기에 대한 동남아시아의 관심을 약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